연금 잔고보다 돈이 끊기는 날짜를 보세요
연금보험의 약속을 읽다 · 1회

은퇴 준비를 점검할 때는 모아둔 돈부터 더하게 돼요. 국민연금 예상액과 퇴직금, 연금저축 잔고도 찾아봅니다. 그런데 이 숫자들은 그대로 더할 수 있는 같은 돈이 아니에요. 어느 것은 매달 들어올 금액이고, 어느 것은 앞으로 나눠 써야 할 잔고입니다.
노후 생활비를 살피려면 두 장의 표가 필요해요. 하나는 지금 가진 자산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돈이 들어오는 달력입니다. 잔고가 충분해 보여도 필요한 시기에 쓸 돈이 비어 있을 수 있거든요.

은퇴한 날과 연금이 시작되는 날 사이
먼저 각 소득이 시작되는 날짜를 적어보세요. 일을 그만두는 날,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는 날,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에서 인출을 시작할 날입니다. 법과 계약에 따른 수령 조건도 함께 확인해야 해요.
다음에는 끝나는 날짜를 봅니다. 정해진 기간에 나눠 받는 돈인지, 생존하는 동안 받는 돈인지, 잔고를 스스로 인출하는 돈인지 구분해요. 부부라면 누구의 생존을 기준으로 지급되는지와 한 사람이 먼저 사망했을 때 남는 소득도 따로 살핍니다.
가령 은퇴 뒤 몇 년간 생활비가 모자라는 가상 가구와, 지금은 충분하지만 나중에 일부 연금이 끝나는 가상 가구를 생각해볼 수 있어요. 둘 다 ‘연금이 부족하다’고 말하겠지만 돈이 필요한 시기가 다릅니다. 당장의 빈 기간을 메울 돈과 오래 살 때 이어질 돈을 같은 방식으로 준비할 필요는 없어요.

잔고를 꺼내 쓰는 방식과 평생 받는 약속
자산에서 직접 인출하면 지출에 맞춰 금액과 시점을 조정하기가 비교적 수월해요. 대신 얼마를 남기며 얼마나 오래 쓸 수 있을지는 인출액과 운용 결과, 생활 기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잔고를 연간 생활비로 나눈 숫자가 실제 지급 기간을 보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생존 중 지급하는 연금은 오래 사는 동안 소득을 이어가는 역할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약속을 받는 대신 목돈 사용이나 해지에 제약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연금 개시 전 해지환급금이 낸 보험료보다 적을 수도 있고, 개시 뒤 인출·해지가 제한되는 계약도 있어요. 지급 기간만 길다고 생활비 계획 전체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남겨둘 목돈 예상 밖의 치료비나 집수리비에 쓸 돈까지 모두 연금 지급 구조에 묶어두면 당장 필요한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매달 들어올 돈을 정하는 일과 필요할 때 꺼낼 자산을 남기는 일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지고 있는 연금마다 ‘누가 받는가, 언제 시작하는가, 언제 끝나는가, 중간에 목돈으로 쓸 수 있는가’를 적어보세요. 그 아래에 우리 집 생활비를 놓으면 부족한 것이 총자산인지, 특정 시기의 소득인지, 오래 살 때 이어질 돈인지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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