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의 의미
24. 금리의 의미
맨날 신문에서 금리가 오르네 내리네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금리가 내린다고 하면 그나마 낮은 예적금 금리가 또 내리겠거니 했다. 애초에 빚내는 건 싫어했으니, 대출 금리 같은 건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금리 같은 거 내 인생과는 사실 별 상관없는 요소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말이다. 그래서 인생이 이 모양이었던 것이다. 사실 금리 하나만 잘 지켜봤어도 세상이 돌아가는 걸 조금이나마 더 잘 이해했을 텐데 말이다.
금리란 무얼까?
경제 관련 뉴스들을 보면 금리가 오르내리는 것에 대한 동향에 촉각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게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Fedreal Open Market Committee)가 기준금리를 발표할 때면, 며칠 전부터 전세계의 금융계가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에 대해 발표를 할 때는 집을 사려고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누구나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금리는 흔히 ‘돈의 값/가치’라고들 한다. 금리(이자율)은 돈을 빌려주거나 빌릴 때 받거나 내는 대가다. 예를 들면 내가 자동차를 한 대 빌린다고 하면 기본적인 대여료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걸 빌리려고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대여료가 더 오르게 될 것이다.
돈도 마찬가지다. 돈을 필요로 하는 이(수요)와 돈을 빌려주려는 이(공급) 사이에서 ‘돈에 대한 대여료’를 정한 것이 금리(이자율)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자동차의 예를 이어가자면, 자동차를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이 자동차를 이용하지 못하는 데 띠른 대가
이 자동차를 다른 곳에 썼을 때 벌 수 있었을 수익
자동차가 낡아가는 것에 대한 감가상각
빌려간 사람이 사고를 냈을 때의 리스크
자동차를 보수유지하는 비용
등등을 고려해서 대여료를 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저것을 ‘돈’에 대해 대입하면 1,2번은 기회비용, 3번은 물가 인상에 따른 실질구매력의 하락 4번은 대출자의 신용위험, 5번은 사업운영비라고 볼 수 있다.
정책 금리 : 금리는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돈에 대한 ‘대여료’인 금리는 그냥 정해지지 않는다. 우선 그 시작은 각국의 중앙은행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정책금리가 전체 시장의 기준금리가 된다. 미국FOMC나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정책금리는 말 그대로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추구하는 금리 수준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이것인 은행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은행이 기업이나 회사에게 돈을 빌려줄 때의 기준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앙은행이 은행에게 돈을 빌려줄 때 이 기준금리를 적용하게 된다.
그럼 FOMC의 금리 정책에 대해 모두가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뭘까? 자 생각해보자. 아까의 욕조를 떠올려 보면 된다. 저 욕조에 물을 공급하는 수도꼭지와, 물이 빠지게 만드는 배수구를 관리하는 기관이 FOMC다. FOMC가 금리를 내린다는 건 수도꼭지를 더 틀어서 돈을 공급하겠다는 의미이고, 올린다는 건 배수구를 열어서 물을 내보내겠다는 의미다.
종이배의 위치가 FOMC의 한 마디에 따라 좌우되니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시중금리 : 역시나 수요와 공급이 작용한다
가끔은 기준 금리는 내렸는데, 시중 금리가 올랐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한은 기준금리 내렸는데 대출금리는 왜 오르나?” 같은 기사를 접하게 되는 게 어렵지 않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라는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다.
착각하면 안되는 것 중에 하나는 기준 금리는 어디까지나 ‘기준’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린다고 했을 때, “야, 니들 오늘부터 금리는 이것만 받아!”라고 한다고 기계적으로 시중금리에 그대로 반영되는게 아니다. 실제로는 시장금리가 자연스럽게 내려가도록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초단기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자연스레 장단기 시장금리, 예금 및 대출금리까지 그 효과가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기준금리를 인하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는 하겠지만, 시차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시장에는 거래되고 있는 채권들이 있고, 정부, 은행,회사 등 돈이 필요한 이들 개별 주체들의 사정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에서 기준 금리를 낮게 하겠다고 발표해도, 만약 정부에서 재정 적자 등의 이유로 국채를 많이 발행해야 이슈가 있을 수 있다. 많은 국채를 팔려고 하면 결국 이자를 많이 줄 수 밖에 없다. 돈이 아쉬우면 결국은 가산 금리를 더 줄 수밖에 없으니까.
결국 기준금리가 시중금리의 기본 하한선을 정해주긴 하지만 시장에 돈을 공급하고 필요로 하는 주체들의 상황에 따라 시중금리는 상승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금리’를 볼 때 우리가 떠올려야 하는 것들
금융상품을 대할 때 기본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2가지 요소가 있다고 했다.
1) 기대수익률 : 이 투자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의 범위
2) 예상손실률 : 이 투자에서 잃을 수 있는 손실의 범위
이다.
금리는 바로 이 두 가지 요소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그런 관점에서 금리가 의미하는 것을 재해석해보자.
1) 금리 = 투자에 드는 비용(자금조달비용)
금리가 오른다는 건, 하나의 가정이든 기업이든 무언가를 하기 위한 투자의 비용이 증가한다는 걸 의미한다.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위해서 1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보자. 금리가 5%일 때는 이자가 일년에 500만원이지만, 금리가 4%가 된다면 그 이자비용은 4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즉, 내가 원하는 자산을 사든 사업을 하기 대출을 받든 그 일을 하는데 드는 자금을 마련하는 비용을 금리가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금리가 높으면 돈을 빌려 투자를 하거나 사업을 하는 입장서는 기대수익률은 떨어지고, 예상손실률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2) 금리 = 기대수익률의 기준
또한 금리는 돈을 지닌 이들, 즉 시장에 돈을 공급하는 이들의 기대수익률의 근거가 된다. 가장 안전한 자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얼마나 될 수 있을지를 정해주기 떄문이다.
예를 들면 기준금리가 올라서 예를 들면 은행 예금 금리가 10%라고 하자. 다른 무엇에 투자할 때는 적어도 10%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게 된다. 안전하게 은행에 맡기기만 해도 10% 수익을 준다면, 부동산 투자를 하든, 주식 투자를 하든, 사업을 시작하든 그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야 한다. 즉 그런 식으로 돈의 흐름이 좌우되는 것이다.
금리는 내리는 게 좋은가?
자 그렇다면, 금리는 오르는 게 좋을까, 내려가는 게 좋을까? 사실 뭐 더 좋은 건 아니다.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건 자동차로 따지자면 브레이크를 밟고 액셀을 밟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경기는 지나치게 과열되는 것도, 침체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니 그 완급을 조절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거나 올린다고 생각하며 된다. (항상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금융상품에 구매하는 관점에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생각할 필요는 있다. 기본적으로 금리가 내려가면 주식 시장이나 부동산이 활황을 띄게 된다. 그냥 일반 개인의 관점에서 심플하게 접근하자면 은행 금리가 저금리니 어디 조금이라도 더 돈이 되는 곳을 찾게 되게 마련이고. 대출이자의 부담이 줄어드니 집을 사게 되는 것이다. 어쩄거나 소위 시장이라고 불리는 월스트리트는 기본적으로 금리가 내리면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투자를 할 때 비용이 적게 드니까.
그렇다고 해서 저런 논리들이 공식처럼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다. 금리를 내린다는 건 반대로 얘기하면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니 실물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주가가 마구마구 오를 이유는 없다.(기업들의 실적이 안 좋으니까)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사람들이 보기에 경기가 안 좋아서 집값이 하락할 거 같다는 심리가 팽배한다면 가격이 오를 리가 없다. .
그러니 금리가 10%인데 경제가 해마다 20% 성장한다고 생각해보자. 기업들의 이익률이 20% 증가하고, 일반인들도 사업을 시작하면 돈을 벌 기회가 많은 호시절이라고. 그럼 이자로 10%를 주고 빌리더라도 20% 이익을 남기는 사업에 투자하면 되니 돈에 대한 수요는 많다.
반면 금리가 3%인데 경제는 2% 성장한다고 치면, 오히려 -1%인 것이다. 금리가 싸다고 해서 돈을 빌려서 다른 걸 해봤자, 그 정도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느껴지면
결국 숫자로 드러나는 금리 수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실제 경제 의 체력, 소위 말하는 펀더멘털이나 성장률과의 관계이다. 앞에서 금리가 일종의 투자에 대한 비용이라고 치면, 그 비용을 지불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기대수익률을 바쳐줄 수 있느냐 아니냐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금융소비자의 관점에서는 금리에 대해서 아래와 같은 산식으로 기억해두면 편리하다.
그럼 경제적 체력이라는 건 어떻게 알 수 있나? 그걸 한 번에 바로 알 수 없으니 소위 말하는 다양한 경기지수들을 참고하게 되고, 그것들이 하나 둘 발표될 때마다 시장에서는 반응을 하게 된다
.
예를 들면 이런 뉴스들이다.
“미국의 3분기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실업률이 최저치에 이르러…”
“미국 제조업구매자지수PMI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전월 대비 크게 반등하여….”
저런 지수들이 경제의 펀더먼탈에 대한 시그널을 주고 이에 따라 시장이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금리를 내렸는데도 돈이 안 돈다?
그런데 말이다. 금리를 그렇게 내렸는데도 시중에 돈이 안 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부동 자금 넘치는데, 돈은 안 돌아…” 뭐 이런 식의 기사 제목들. 그냥 개인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내가 지금 1억 이 있는데, 이걸 어떻게 쓸까. 사업을 하려니 경기가 안 좋다. 그런데 또 가만히 들고 있자니 또 아깝다. 괜히 주식이나 부동산을 살까 싶어진다. 기업이나 다른 투자주체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고 해도, 괜히 지금 뭘 더 투자해서 공장은 세운다고 매출이 날 거 같지 않다면 공장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돈을 쓸 이유가 없다. 이게 바로 시중에 돈은 남아도는데 그 돈들이 실물경제로 흐르지 않고 자산 시장으로 몰려서 거품을 일으키게 되는 메커니즘이다.
이 글은 정보 제공용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수치와 제도는 작성 시점 기준이고,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이용약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