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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Fin

20여년째 같은 고민을 한다는 것

푼푼금융 에세이스트2026.11.01

Part 1

20여년째 같은 고민을 한다는 것

대학에 오면서 서울로 올라온 지도 20여년. 대학 신입시절 처음 서울에 올라와, 주말에 등산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집이 많은데, 왜 내 집 한 칸이 없네.” 그때는 그래도 꿈이라도 있었다. 취직하고 결혼하고 그러면 뭐 한 채 정도는 생기겠지. 그런데 아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도 산에 올라 그런 생각을 했다. “와아… 이렇게 집이 많은데……(슬프니까 이하생략)”

누군가는 부동산 대세상승기를 틈타 아파트 갭투자로 돈을 벌었다는데, 누군가는 무슨 주식을 사서 1년새 4배가 되었다던데. 나는 지지리 운도 없어서, 왜 세상에는 내가 사면 떨어지는 주식과 내가 팔고 나면 오르는 주식 뿐이었던걸까..

그제서야 깨달았다. 막연히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살다 보면 많이 벌 수 있겠지… 라는 생각만 했지, 어떻게 해야 할지는 한 번도 제대로 고민해 본적이 없다는 걸. 할까말까 하다가 말았던 투자 기회들과, 샀다가 너무 빨리 처분해서 몇 푼 벌지도 못한 주식들이 떠올랐다. 딱히 안 한 건 아닌데, 제대로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투자 실패의 인간 지표

‘2019년 8월 어느 날 ‘ 가만히 자신의 스마트폰을 지켜보던 남자는, 깊은 한숨을 쉰다. KOSPI 1891. 코스피 지수가 문제가 아니었다. 나름 장기투자라고 4년 가까이 묵혀왔던 주식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하한가다 .한숨을 쉬지만, 의외로 그의 표정은 담담하다. 매일 겪는 일인 양하다. 하긴 요즘 들어 그의 주식 계좌는 참으로 신박하였다. 예를 들면 계좌의 손실이 -100만원이어서, 50만원어치 주식을 손절을 했는데 돌아서 보면 그새 또 손실이 불어나 - 100만원이 되어 있는 형국이었다. 마치 화수분의 마이너스 버전이다.

일종의 기시감이 든다. 사실 이것은 2019년의 여름이 아니어도 좋다. 2020년의 3월이든, 2012년 어느 날이든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기시감이 아니라 익숙함일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이 손대는 것들이 바스라져 가는 것에 대해 오히려 꽤나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

하긴 왜 아니겠는가. 태어나 주식 계좌를 처음 만들었더니 일주일 후에 서브프라임이 터지고, 그해 봄에 가입한 중국펀드는 결국 마이너스 -50%에 손절했다. 친구 따라 제주도에 땅을 보러 갔다가 그냥 왔는데, 두 달 후에 연예인이 그 동네로 이사를 와서 땅값이 10배가 뛰기도 했다. 이 모양이면 나라가 망하겠다 싶어서 인버스 ETF를 사모았더니, 대통령이 탄핵되고 갑자기 주가가 쭉쭉 오른다.

그래, 그 남자가 바로 나다. 그러니까 나는 투자계의 인간지표종 같은 존재다. 주변에서 늘 물어본다. “단톡방 하나 만드시죠. 님 팔면 저희가 좀 사게요.” 저런 일을 겪으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 모두가 나만 빼놓고 작전을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어떤 날은 자포자기 세상(?)을 구하는 마음으로 주식을 손절하면, 정말 그날이 저점이다. 차트의 변곡점을 기가 차게 잘 맞추는데 항상 정반대로만 적중하는 남자.

계좌만 놓고 보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준이다. 아니 반대로 뭐라도 하나 사 놓고 그냥 잊고 있는 게 재테크였을 수도 있었다.  요는 뭐냐면 어차피 아무것도 몰랐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만 했지, 그 경험들에서 아무짝에도 배운 게 없다는 것이다. 벌어도 요행이었고, 벌지 못한 것은 무지하였으니 당연하였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재테크는 “비트코인을 안 했다” 정도일지도 모르겠다.

좋은 정보를 알면, 돈을 벌 수 있을까

예시랍시고 몇 개 들긴 했지만, 그것들을 하나하나 돌아보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냥 일상이 그렇다고 보면 된다. (하다못해 티셔츠를 하나 사도 다음 주가 되면 세일이 들어간다.) 그런데 삽질도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일종의 자아 성찰과 함께 객관적 분석(?)이 가능해진다. 망해가는 투자와 관련된 일종의 패턴과 망하는 자의 전형적인 사고 회로가 보인다.

1. 어딘가 정보를 하나 듣는다.

2. 산 경우

2-1) 조금 오르면 판다. 얼마나 오를지 확신이 없으니까.

2-2) 내리면 버틴다. 가끔 물타기도 한다. 그렇게 버티다가 도저히 못 버틸만큼 빠지면 그제서야 판다. 물타기를 하다가 손실만 잔뜩 늘어난다.

3. 안 산 경우

3-1) 오르면, “아, 그때 샀어야 하는데…”

3-2) 안 오르면, 잊고 산다.

저런 패턴을 몇 번 반복하고 나면 그래도 하나 배우는 게 생긴다. 적어도 “좋은 정보가 있으면, 돈을 벌 수 있을텐데…” 같은 소리는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겪어보니 좋은 정보가 있어도 스스로잘 모르면 아무 짝에 쓸모가 없었다. 인생을 헛살지 않아서 주변의 귀인(?)들이 종종 정보를 주기도 했다. 그 말을 잘 듣고 잘 버티었다면, 내 인생에도 주식과 부동산 모두 10~20배 오를 정보들이 적어도 서너 번은 있었다.

하지만, 그걸 끝까지 가지고 있을 확신이 없었다. 언제쯤 팔아야 좋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 얼떨결에 상승장에 얻어 걸렸어도 매도 타이밍을 못 잡으니 남들은 크게 먹어도 떡고물이나 조금 먹는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상승국면에 털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고서도 그걸 알 수가 없으니 언제 팔아야 할지 몰라 버티다 손실은 항상 크게 당한다. +20%짜리 계좌가 일주일새 -50%가 되도록 아무것도 못하고 보기만 하는 경우도 많았다. 처음엔 ‘본전만 되면 팔아야지.’, 그 뒤엔 ‘손실이 조금만 복구되면 그팔아야지’만 기도처럼 외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드러운 세상, 망해랏!’라며 자포자기하듯 팔아 치운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러니 좋은 정보나 투자꺼리를 누가 알려줘도 소용이 없었다. 왜? 내가 그걸 알아볼 안목이 없으니까. 그러니 사놓고도 불안하고 확신이 없다. 그런 안목이 없고 확신이 없으니 큰 돈이 들어가는 부동산 매매 같은 건 애초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결국 누가 좋은 정보라고 알려줘도 그것이 ‘좋다/나쁘다’를 판단할 수 있는 기본 역량 같은 게 없으면 소용이 없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남들이 좋다고 했는데 안 산 것들이 오르면 또 두고두고 “아, 그때 샀었야 했는데..’라며 후회한다. 마치 바닥에서 사서 고점에서 팔 재주라도 있었던 양.

투자에 대한 확신이라는 건, 누가 강하게 얘기해준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었다. 그것들은 스스로 발로 뛰고 알아보는 과정에서 생기는 거였다. 그런데 하지 않았다. 귀찮았다. 그러니 내 투자 성과는 사실 내가 만든 것이었다.

‘걷기’부터 시작해봅시다

언제부턴가 산에 가면 무릎이 아프다. 오른쪽 어깨에 ‘어깨충돌증후군’이라는 이름표를 붙인지 도 꽤 되었다. 아프니까 이것저것을 찾아서 해본다. 요가도 하고 필라테스도 하고 도수치료도 받고 등등. 효과가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막 엄청 나아지는 거 같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떠오른 게 ‘걷기’다. 생각해봤다. 인간이 자신의 몸을 쓰는 가장 기본이 되는 움직임이 뭘까? 나는 과연 그걸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그래서 찾은 게 ‘걷기’다. 매일 하는 건데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제대로 고민해본 적이 없는 것,

나름 전문으로 하는 곳에 가서 수업도 듣고, 재활치료처럼 케어도 받았다. 그런데 이런 운동을 배우면서 새삼 놀라운 게 하나 있었다. 매일 걸어 다니고 있는데 정작 ‘제대로’로 걷는 데 필요한 근육들이 거의 잡혀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 근육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발달하지 못했거나 반대로 너무 과도하게 발달해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걷는 동작을 고쳐보려고 동작 하나하나에 신경 쓰다 보니 엄청 종아리가 당기고, 어딘가 어색했다. 아니 마치 처음 걸음마를 배우는 것 마냥 힘들다.

재미있는 건 그렇게 1년 가까이 걷는 법에 대해 고민을 하니까 몸이 바뀌더라는 것이다. 요가 같이 원래 하던 운동들도 더 잘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길게 굳이 몸과 관련된 얘기를 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게 내가 돈을 쓰고 투자하는 행동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매일 하긴 하는데,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 그냥 내가 무언가를 한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을 뿐,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

운동을 하러 가면 매번 듣는 얘기가 있다. ‘코어’를 키우라는 얘기다. 코어가 있어야 어떤 운동을 하든 제대로 몸이 잡힌다고. 그런데 사실 그게 쉬운가. 대신 운동을 힘들게 하기는 싫으니까 신박한 운동 기법, 다이어트요법, 운동기구가 없는지를 찾아 헤맨다

생각해보면 돈에 대한 것도 그런 게 아닐까. 스스로가 돈과 관련한 생각의 코어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그러니까 어디 신박한 투자기법이나 금융상품이 없는지 찾아 헤맨다. 그런데 사실 그런 걸 봐도 의미가 없다. 내가 모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코어’라는 것도 한 번 느껴본 사람이나 느끼는 거다. 운동을 해도 제대로 안 하고 몸을 쓰는 것도 엉터리였다면, 애초에 코어가 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사실 내 몸의 ‘코어’라는 것도 나이 마흔이 되어서야 처음 느껴봤다. 단어로 들어도 이론으로 들어도 스스로 체득하지 못하면 절대 와닿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나는 금융과 투자에 대해서도 역시나 마흔이 넘도록 ‘코어’가 뭔지 꺠달아 본 적이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 동안 ‘투자’랍시고 한 행동들도 알고 보니, ABC도 모르면서 영어 회화 고급반에 참가하고 싶었고, 잘 걷지도 모르면서 윈드밀을 하고 싶었던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그 시작은 이래야 했다.

“내가 아무 것도 모른다” , 아니 그보다 더 나아가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른다.” 는 걸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용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수치와 제도는 작성 시점 기준이고,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이용약관

푼푼금융 에세이스트

금리·물가·산업의 변화를 살피고, 제 관점에서 시장과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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