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공부의 1부를 마무리하며
EPILOGUE
마흔 살이 넘어서 처음 시작한 금융과 투자에 대한 공부의 1부는 여기서 마무리해보려 합니다. 책을 쓰면서 계속 그런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공부를 하면할수록,원고를 쓰면 쓸수록 영원히 끝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주제들을 지나치게 폭넓게 다루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주제는 이 자체로도 몇 권의 책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저 한 켠에서는 “아니, 네가 정말 금융과 경제 책을 쓴다고? 푸하하하.”라고 또 다른 내가 비웃고 있었습니다.
처음 하는 공부이니 궁금한 게 많았고, 모든 공부가 그렇듯 하면 할수록 새롭게 몰랐던 것들이 툭툭 튀어나왔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공부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초심(?)을 잃고서 어느 새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던 때의 눈높이를 잃고서 ‘아는 척’하며 쓰려고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처음 금융을 시작하고 공부하는 이들에게 너무 많은 정보와 지식은 혼란스러울 뿐이라는 걸 스스로도 이미 많이 겪었으면서도 괜히 또 뭐라도 더 쓰고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백과사전 식으로 다 다룰 수도 없고, 다룰 역량도 안 되어서 어떤 주제들은 가볍게만 건드리고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저런 게 있구나’ 정도만 알아도 되는 것들도 있으니까요. 이 책은 그러니까 일종의 가이드북입니다. 여행을 가기 전에 대충 지형지물을 익히는 정도, 막상 골목골목을 거닐며 즐길 수 있는 것은 어차피 여러분들의 발길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 책을 쓰면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스스로 돈과 투자, 금융과 경제에 대한 시선을 한 번정도는 정리할 수 있게 된 점입니다. 금융상품에 대해 아는 것도, 경제가 굴러가는 것에 대해 아는 것도 물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결국 투자를 하는 것은 우리입니다. 그렇기에 스스로의 체력을 알고, 관점을 제대로 세워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좋은 여행지를 고르고 여행지의 역사를 줄줄 읊고 가이드북 100권을 보고 갔어도, 동선을 잘못 짜고 체력 관리를 못하면 여행을 망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시장 앞에서의 겸허함을 배웁니다.
예전에는 누가 좋은 정보만 알려주면 나도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급락하는 주식을 왠지 나는 바닥에서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드는 각은 ‘정말 그렇게 멋모르고 날뛴 주제에 여태 안 망한 것만 해도 참 용하다’였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시장을 바라볼 때마다 아이작 뉴턴이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나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은 채 내 앞에 놓여 있는 진리의 바닷가에서 놀며, 때때로 보통보다 매끈한 조약돌이나 더 예쁜 조개를 찾고 있는 어린애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저런 멋진 말을 하셨던 분도 주식으로 패가망신할 뻔 했으니, 무언가 하나의 도(道)를 이루었다고 하여 투자의 세계에서 꼭 성공하는 것도 아닌 거 같긴 합니다만.
수많은 이들이 참여하는 시장의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은 딱 저 말 대로입니다. 저 거대한 돈의 흐름이 파도치는 바닷가에서, 그 거대한 유동성의 소용돌이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서성이고 있을 뿐입니다. 파도가 치는 패턴을 보면서 시장을 읽을 수 있으리라는 미망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바닷가 한켠에 쪼그리고 앉아 파도가 드나드는 걸 지켜보면서 패턴을 찾아보지만, 어느 날은 물이 쓰윽 치밀고 들어와 신발을 다 적십니다. 그 정도면 다행이죠. 어떤 날은 쓰나미가 밀려와 여럿이 떠내려가는 걸 지켜보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합니다. 가끔은 또 조금만 더 열심히 연습하면 서핑을 하며 저 파도를 멋지게 타고 가를 수 있으리라는 환상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번번히 고꾸라져 물에 쳐박힙니다.
우리와 같은 초보들은 애초에 그 거대한 파도와 바다를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투박한 뗏목부터
우리는 종종 그런 착각을 합니다. 투자의 바다에서 좋은 파도가 오는 타이밍을 딱 맞춰서 멋지게 서핑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떨어지는 파도를 피하고, 오르는 파도로 잘 갈아타서 남들보다 멀리멀리, 화려한 기교를 부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핑을 한 번이라도 해본 분들은 그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파도가 너무 잔잔하면 너무 잔잔해서 내가 못 올라탔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 큰 파도가 오면 이번엔 너무 커서 제대로 올라타지도 못하고 고꾸라지 일쑤입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초보에게는 어차피 좋은 파도란 별로 없습니다. 그것은 파도의 잘못이 아니라 내 실력의 문제이니까요.
반면 고수들은 조금 다릅니다. 그들은 파도가 잔잔한 가운데에도 어떻게든 파도를 타고, 큰 파도가 오면 제대로 올라타고 멀리 갑니다. 그렇습니다. 참 멋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들도 결국은 그들도 고꾸라지고 맙니다. 물론 좀 더 긴 시간 동안 즐거웠을 것입니다 매번 과정은 다를 것이고, 사실 그리고 그 과정을 잘 즐길 수 있는 스킬을 연마하는 것만으로도 서핑의 세계에서는 충분할 것입니다. 그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다시 해변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말이죠.
하지만 투자의 세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종종 그 파도에 휩쓸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돌아오더라도 큰 상처를 입고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시장의 파도 위에서 우리는 훌륭한 ‘서퍼’가 되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게 좋습니다. 왜냐면 아무리 훌륭한 서퍼라도 결국은 물에 빠지게 되어 있고, 멋진 기교를 부리다가 더 크게 다칠 가능성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 바다 위에서는 서핑을 할 생각을 하는 것부터가 잘못일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파도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고 투박하더라도 해일이 닥쳤을 때 부서지지 않은 채 내 몸을 온전히 실을 수 있는 뗏목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만히 몸을 싣고 있는 것만으로도 언젠가는 더 큰 바다에 도달할 수 있는 그런, 우직한 뗏목 하나.
우리는 사실, 평균 이하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 타고난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선천적인 것일 수도 있고, 혹은 후천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나'라는 존재의 한계성입니다. 그것은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모두에 있어서 모두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축구 관련 서적을 몇 권 읽고 조기축구회에서 골 좀 넣었다고 손흥민 선수가 될 수도 없고, PT 받으면서 바벨 좀 들었다고 장미란 선수처럼 되기도 힘듭니다. 그 분들을 가르쳤던 코치나 트레이너에게 그들이 운동하는 방식을 그대로 배운다고 해도, 애초에 피지컬이 다르고 지금껏 살아온 모습이 다르니 그런 경지에 오르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대부분이 아주 쉽게 수긍을 합니다.
하지만 몸을 사용하는 일이 아니라 머리를 써서 하는 일도 일정 부분은 그렇습니다. 천재들은 분명히 있고, 우리가 아무리 공부를 해도 그 경지에 가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투자와 관련해서는 그렇게들 생각하지 않는 거 같습니다. 금융이나 투자와 관련된 책을 몇권 읽고 나면 다들 자신이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 피터 린치 등등의 기법을 공부하고 스터디하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상하게도 이 분야와 관련해서는 그런 이상한 자신감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투자하고도 성공하는 건 사실 워렌 버핏이기 때문이고, 그렇게 하고도 안 망하는 건 조지 소로스였기 때문인데도 말이죠. 죽도록 연습해도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 이들은 말 그대로 상위 1%의 재능을 지닌 이들입니다. 투자의 세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본인의 선천적인 기질이든, 습성이든, 뭐가 되었든. 죽도록 연습해도 우리가 상위 1%가 될 가능성은 드뭅니다. 그걸 인정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들의 방법론을 배우고 그들이 하던 대로 꾸준히 연습하고 시도하더라도 스스로 어떤 자만에 빠지는 것은 위험합니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우리보다 더 많은 자본과 기술력과 정보력을 갖춘 거대한 조직들이 우리의 상대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항상 평균 이하라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니 일단은 어떻게 하면 평균을 갈 수 있을까부터 고민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하다는 것의 의미
개인적으로는 운동과 돈의 공통점이 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부분이 운동을 하는 이유는 꼭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아닙니ㄷ. 그냥 나 자신의 몸을 건강히 유지하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내 몸이니까, 기능적으로 온전히 사용할 수 있기 위해, 어딘가 아프지 않기 위해 운동을 합니다. 그러다가 어떨 때는 남들 보기에도 좋은 몸과 건강을 갖추게 되기도 하겠죠. 어쩄거나 애초의 목표는 이것으로 대단한 무언가가 되겠다는 아니라는 겁니다.
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세계적인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 돈을 벌고 모으고 쓰는 것은 아닙니다. 나의 재무 상태를 건강히 유지하고, 조금이라도 내 삶에 보탬이 되게끔 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어떻게 하면 내 평생의 현금흐름을 잘 관리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축구를 좋아하고, 또 어떤 이는 달리기를 즐겨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수영을 하거나 요가를 하고, 또 누군가는 골프를 치기도 합니다. 다른 운동을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목표는 건강하고 싶고 조금씩 더 나아지는 것일 겁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서 각자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또한 과하게 하다 보면 다치게 되죠. 축구는 훨씬 숨가쁘고 팀웍으로 움직이는 재미가 있지만 자칫하면 다치기 좋습니다. 요가도 동작을 잘못 따라하다 보면 허리가 나가고, 골프에 맛들였다고 열심히 가던 이가 어떤 날에는 갈비뼈가 나가 있기도 한다. 요는 무엇을 하든 무리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건강을 지켜 가는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투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나에게 맞는 투자법을 찾아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리스크로 하나하나 경험을 쌓아가는 게 더 중요한 게 아닐까라고. 그러다 보면 조금씩 더 확장해서 새로운 투자들을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완주를 목표로 합니다
언젠가 마라톤 대회에 나간 적이 있습니다. 30대 초반, 나름 썡쌩하다고 생각하는 나이에 별 훈련도 풀코스 마라톤에 신청을 했습니다. 딱히 달리기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냥 꾸역꾸역 뛰고, 안되면 뛰다 걷다 보면 어떻게든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출발하자마자 꽤나 뒤로 뒤쳐졌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저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도 많았지만, 유독 눈에 띄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습니다. 사실 마라톤 대회에는 노익장을 과시하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머리는 하얗게 세었고, 한 걸음 한 걸음, 달린다기 보다는 아장아장 걷는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어이쿠… 저 분 저렇게 가시면 완주해도 오늘 안에 들어오시기 힘들겠네.’ 라고. 그렇게 그 분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허겁지겁 뛰었다가 또 좀 걷다가… 어떻게 꾸역꾸역 하프까지는 왔는데 도저히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일 후미에 있다보니 어느새 도로통제도 서서히 풀려서, 조금만 더 뒤쳐지면 인도로 알아서 달려야 할 판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뒤에는 완주를 포기한 이들을 싣기 위한 버스 한대가 바로 제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버스 아저씨가 아예 문을 열고 다니시더군요. 저하고 나란히 되자 그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이 차가 마지막이에요. 이거 안 타시면, 정말 끝까지 걸어가든 뛰어가셔야 해요.”
11월의 싸늘한 아침 대기, 땀은 흘렀다가 이미 차디차게 식어가고, 무릎은 아파서 철퍼덕거리는데 발바닥 어디가는 화끈거리는 게 이미 물집이 잡혀 있고….살고 봐야지 라고 생각하고는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 안의 풍경은 마치 패잔병들의 집합소 같았습니다.. 재미있는 건 오히려 나이 드신 분들은 별로 없고, 나이 하나만 믿고 객기로 달려서인지 20~30대 남자들만 가득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데, 그 할머니가 떠오르더군요. 그 분은 과연 무사히 들어오실 수 있을까.
나중에 신문 기사를 살펴보니 그 분은 완주를 하셨더군요. 러닝 타임은 무려 8시간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기록과 별개로 한 가지는 확실하였습니다. 그 분은 자신이 원하던 바를 이루셨고, 그 긴 여정을 무사히 잘 마치셨다는 겁니다. 반면 그 버스 안에 타고 있던 저와 다른 이들은 어느 한 순간은 그 분보다 앞서서 달렸을지 몰라도, 결국 완주에 실패하였습니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우리가 2시간 초반의 기록을 내기는 힘들 겁니다. 정말로 열심히 하면 3~4시간 정도 안에 완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최우선이 되어야 할 것은 안전하게 다치지 않고 무사히 완주하는 것일 겁니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는 것은 낡은 은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금융을 대하고 투자를 대하는 모습도 그런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투자의 세계 또한 그렇습니다. 아무리 처음에 앞서더라도, 한 번의 실패가 그간의 모든 노력을 수포로 돌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것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해서 기록에 앞서 완주가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저 지난한 달리기와 비슷하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가 되었든, 지금 자신의 자산을 지키기 위한 재테크가 되었던, 그것의 기본은 우리의 삶이 그것들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내가 원하는 바에 맞는 재무적인 체력을 키우는 것, 그 과정들을 통해서 한 단계씩 나아가는 것.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인생의 중반에서 이런 고민들을 하는 것이 조금은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마라톤과 달라서 인생에는 완주를 포기한 이들을 태워줄 버스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수익률 좀 나아지셨어요?
갑자기 후배가 뭍더군요. “선배는 요새 그렇게 열심히 금융 공부했는데, 그래서 수익률은 좀 나아지셨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또 뼈를 때립니다. 이 책을 준비하면서 1년 가까이 수익률은 그리 나아지지도 그리 나빠지지도 않았습니다. 시장이 난장판인 것에 비하면 그 정도로 손해를 보지 않았으니 나름 선방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고 보니 단기적인 수익률이라는 것에 대해 예전에 비해 조금은 둔감해진 거 같습니다. 예전처럼 하루에 몇 번씩 들어가서 확인하지도 않고. 생각해보니 그럴 수 있게 된 이유도 있는 거 같군요. 문자로 날라오던 작전주들은 사지 않았고, ETF로 주식과 채권을 담아두고, 개별종목들은 우량주 위주로 담아둬서 일 겁니다. 그리고 한 종목에 올인하듯 마음이 부대낄 만큼 많은 비중으로 매수하지도 않았기 떄문이겠죠.
자연스레 시장을 대하는 태도도, 투자의 관점도 달라집니다. 아니 적어도 하루종일 증권사 앱을 보며 조마조마하지 않으니, 일상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 큰 수확일 것입니다. 그리고 시장이 폭락을 해도 예전만큼 쫄지 않고, 시장이 올라도 예전만큼 호들갑 떨지 않는 것도 조금은 달라진 것일 겁니다. ‘지금 당장 뭐라도 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조급함’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도 크게 달라진 점입니다.
어쩌면 저는 이제서야 빗자루 쥐는 법 정도를 배운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쓸어야 할 마당은 넓고, 떠와야 할 물 양동이도 가득입니다. 다만, 이제는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아니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면 좋을지를 겨우 깨달은 느낌입니다. 이 책이 여러분에게도 그런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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