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을 만든 게 ‘나’라고? 신용의 마술
유동성을 만든 게 ‘나’라고? 신용의 마술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다고 할 수 있는 돈.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 자본주의를 부풀리고 굴리는 것. 그게 바로 ‘신용’이라는 녀석이다.
이때까지 막연히 ‘돈’이라고 불렀지만, 돈의 본질은 결국 구매력이다. 그리고 이 구매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실물로 존재하는 화폐이다. 이건 중앙 은행에서 찍어낸다. 우리 지갑에 있는 돈부터 + 은행에서 당장이라도 꺼내 쓸 수 있는 돈. 이걸 합해서 흔히 ‘본원 통화’라고 부른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빚을 낼 때 생겨나는 ‘신용’이다. 이 신용이라는 게 참 재미있는 게 사실, 이건 세상에 없던 돈인데 돈처럼 쓰인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결국 시장에 떠도는 구매력은 아래와 같이 나눌 수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것 중에서 ‘신용’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게 있다. 바로 신용카드. 말 그대로 지금 내가 당장 돈을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나의 능력(?)을 믿어주는 누군가가 미리 재화를 준다. 물론 나중에 내가 갚을 것을 기대하겠지만… 예를 들면 내 계좌에 100만원 밖에 없지만, 신용카드 한도가 100만원이라고 한다면 나는 200만원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 한도로 인해서 부여 받은 100만원이라는 액수는 실제로는 내가 가지고 있는 돈(구매력)이 아니다. 이것은 나의 미래의 돈(구매력)을 미리 당겨와서 쓰는 것이다. 그렇다 신용은 바로 그런 거다. 실제로는 없지만 당겨 쓸 수 있는 돈(구매력). 나중에 갚겠다는 약속을 하고소 말이다.
그 많은 돈은 다 어디서 왔는가?
거시경제를 다룰 때 정부에서는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 양을 통화량이라는 형태로 관리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통화량을 아래의 표처럼. 본원통화(M0), M1,M2 Lf로 구분한다.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072
본원 통화는 말 그대로 앞에서 얘기한 화폐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폐나 동전 등으로 한국은행이 발행해서 시중에 뿌려 둔 돈 + 금융권에서 한국은행에 맡겨둔 돈이다.
M1은 협의 통화라고 불린다. 좁은 의미에서의 통화라는 뜻이다. 시중에 실물로 떠도는 돈 + 금융권에 들어가 있는 돈들 중에서 언제라도 시중에 풀릴 수 있는 돈이다. 예를 들면 수시입출금식 예금이라거나 CMA에 들어 있는 돈 같이 쉽게 인출할 수 있는 돈을 생각하면 된다. M2는 광의의 통화다. M1에 비해서 좀 더 장기적으로 묶여 이건 M1에 더해서 조금 더 중장기로 묶여 있는 돈들까지 다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만기가 긴 예적금이나 채권이라거나.. 뭐 그런 것들.그냥 시중에 얼마나 쉽게 풀릴 수 있는가의 기준으로 M1,M2가 나뉜다고 보면 된다.
사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무슨 통화가 어쩌고 저쩌고가 아니다. 우리는 경제학 시험을 치기 위해 공부하는 게 아니니까. 다만2018년을 기준으로 본원통화와 M2의 비율을 보면 순간 당황스럽다. 본원통화 대비 유통되는 돈은 16배 가량이 된다.
그럼 대체 저 많은 돈들은 어떻게 생겨난 걸까?
‘신용 창조’라는 멋진 신세계(?)
앞에서 영국 근대 은행의 시작아 런던의 금세공업자들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했었다. 상인들이 자신이 번 금을 맡기면, 금세공업자들은 그 보관증을 써서 주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 보관증이 일종의 어음처럼 유통되기 시작되었다. 그런 이 금세공업자들이 금을 보관하고 있어보니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만히 지켜보니 모두가 한꺼번에 금을 다 찾으러 오는 경우는 없더라는 점이다. 100kg 정도의 금을 보관하고 있다면, 그 보관증은 1000kg 정도를 뿌리더라도 문제가 없었다. 있지도 않은 900kg의 보관증에 대해서 이자까지 받고서 발행했다. 실제 보관하고 있는 금보다 더 많은 액수의 보관증을 발행하고 이자를 받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다. 요즘 은행에서 하는 것과 똑같은 모습이다. 최소한의 지급준비금(고객이 인출을 요청할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둬야 하는 돈)만 있으면 된다. 시중의 화폐는 100만원이 늘었다고 해도 저렇게 지급준비율(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아들인 예금 중에서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 고객에게 지급한 돈을 준비하는 고객 보호 차원에서 시작됨)을 10%로 한다면 실제로 시중에 도는 돈은 훨씬 많이 늘어날 수 있다.
아래가 그림을 보자. 실제로 100만원이 시중에 풀려도 시장에서 시중에서는 대출을 통해서 (90+81+72.9+….)로 해서 계속 더 많은 돈이 풀려나갈 수 있다.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이 있고 이에 기꺼이 은행이 대출을 해 줄 의향만 있다면….
신용, 미래의 ‘나’를 믿을게
그렇다면 ‘신용’ 이라는 건 어떻게 시중에 풀리게 되는 걸까.
부동산 폭등장에 눈이 뒤집힌 내가 은행에 가서 3억을 빌리면, 은행은 내 계좌에 3억을 넣어준다. 그럼 나의 은행 계좌의 예금 부분에는 당장 쓸 수 있는 돈3억이 들어오고, 대출 계좌에는 갚아야 할 돈이 3억 생긴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은행은 대차대조표에 ‘대출’(은행 입장에서는 받을 돈)이라는 3억의 자산이 생기고 ‘예금(은행 입장에서는 줄 돈)’이라는 3억의 부채가 생긴다.
자, 이제 내가 이 돈으로 집을 사든 뭘 사든 하면 그 돈이 시중에 풀리게 된다. 대출받은 돈은 나중에 갚으면 되지만, 대출 받은 돈은 당장 사용 가능하니까, 시중의 구매력(수요)는 또 이렇게 늘어난다. 시중의 돈은 저런 식으로 늘어난다. 흔히 ‘신용창조’라는 거창한 단어를 쓰지만, 그냥 은행이 대출을 통해서 만들어 낸 돈이다. 시중의 늘어난 통화량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빚’이라는 형태로 미래에서 가져온 돈인 셈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신용카드를 쓴다는 건 일종의 대출과 마찬가지다. 내가 한달 후에 갚을 것을 예상하고 신용카드회사에서 빌려주는 것이니까. 우리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에도 같은 효과 생겨난다. 훨씬 더 큰 액수의 돈이, 더 긴 만기를 가지고서 시중에 돈이 돌게 된다.
이제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내가 돈을 은행에서 빌려오면 그 돈은 누가 갚을까? 엄마, 아빠? 그랬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다 큰 성인이니까 책임감을 가지자. 그렇다. 미래의 내가 갚아야 한다. 한 마디로 저 돈들은 신용이라는 형태로 우리가 미래에서 가져온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 지금의 나는 망했지만, 2030년의 나를 믿을게.”
“신용 = 부채 = 빚 = 레버리지 = 미래에서 땡겨온 돈”
결국 다 같은 말이다.
“신용 증가 = 부채 증대 = 레버리지 확대 = 미래에서 돈을 많이 땡겨옴”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유동성을 만든 게 ‘나’라고?
흔히 시중의 돈들에 대해서 유동성이라는 표현을 쓴다. “갈 곳 없는 유동성, 부동산 시장 유입 우려” 이런 기사들을 볼 수 있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난다”= “시중에 돈이 차고 넘친다.”라는 뜻이다.나는 먹고 죽을래도 돈이 없는데, 세상에 갈 곳 없는 유동성이라니…그렇다. 에라이 이 놈의 세상 망해라! 싶어진다. 그렇다, 이상하게 돈은 항상 우리만 없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게 있었다. 알고 보니 세상의 그 많은 유동성을 결국 만들어 낸 게 바로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아온 ‘나’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결과라는 점이다. 그렇다. 우리가 빚을 많이 낼수록, 기업이 빚을 낼수록 시중의 유동성은 더 증가한다.
아까 은행이 대출을 해줄 때 대차대조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한 번 보자. 장부상으로 +-를 하면 똑같아지지만, 어쨌거나 그들의 자산과 부채는 함께 늘어난다. 나의 부채와 자산도 물론 늘었다. 지금은 그 상대가 은행이지만, 이 돈이 결국 돌고 돈다고 따지면, 나의 부채는 곧 누군가에게는 자산이 된다.
말 많고 탈 많은 부동산 시장을 한 번 보자. 어떤 이유로 시중에 신용이 증가하는 사건이 생겼다. 예를 들면 ‘빚내서 집사라’고 대출을 엄청 완화해줬다고 생각해보자. 원래는 집값의 40%만 대출해줬는데 이제 80%를 해주겠다고 한다. 적어도 부동산 시장에 유입될 수 자금이 순식간에 40%가 증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까의 욕조를 떠올려보자. 이제 물이 쭉쭉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 순간부터 신용이 시중의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사이클이 시작된다. 너도 나도 빚을 내기 시작해서 집을 사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시중에서는 미래에서 가져온 돈(신용)이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럼 집의 공급량은 한꺼번에 증가할 수 없으니, 집값은 오른다. 모두가 10년치 연봉을 가지고 집을 사겠다고 마음을 먹을 때와 20년치 연봉을 가지고 집을 사겠다고 마음을 먹을 때의 집값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집값이 올라서 5억하던 아파트가 10억이 되었다 치자. 이제 이 아파트를 담보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이론적으로 2배가 된다. 이제는 자산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고, 또 이렇게 시중에 추가로 풀린 신용으로 인해 자산의 가격이 또 상승하는 구조(자산-신용 사이클)가 시작된다.
그렇다. 시장의 신용이 증가할수록 자산의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다. ‘빚내서 집사라’에서 시작된 우리 나라 부동산 가격의 급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용을 기억해둬야 하는 이유는 시장 경기의 호황과 불황을 싸이클, 그 변동성을 신용이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냥 심플하게 생각해도 본원 통화 대비 16배다. 그 크기는 지준율이나 금리에 따라서 출렁인다. 그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출렁일 수 밖에 없다. 소위 말하는 레버리지의 크기만큼이나 시장의 충격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금융위기처럼 신용경색이 오면 돈줄이 마르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
지금까지는 시중의 돈, 즉 수요 측면에서 구매력을 구성하는 화폐와 신용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소위 말하는 유동성의 구성 요소들. 그렇다면 이제는 이렇게 생겨난 유동성들의 물줄기를 좌우하는 것들에 대해서 알아볼 차례다. 바로 금리와 환율이다. 금리는 한 국가내에서의 돈의 흐름을, 환율은 글로벌 관점에서 돈의 흐름을 좌우하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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