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면? 2편

벤처기업에 투자하면 무엇을 받게 될까요? 같은 회사에 돈을 넣더라도 보통주를 사는지,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을 사는지에 따라 권리가 달라져요. 투자금을 돌려받는 길도 그 계약에서 시작하고요.
이름보다 계약에 담긴 권리를 봐요
가장 익숙한 방식은 주식을 받아 회사의 지분을 갖는 것이에요. 보통주는 의결권과 배당을 받을 권리 등을 갖고, 우선주는 계약과 정관에 따라 배당이나 잔여재산 분배에서 앞선 순위를 가질 수 있어요. 앞선 순위라는 말이 손실을 막아준다는 뜻은 아닙니다. 나눌 재산이 남아 있어야 그 권리도 의미가 있으니까요.
벤처투자에서 자주 보이는 상환전환우선주(RCPS)에는 상환과 전환 조건이 함께 붙어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회사에 상환을 청구하거나 보통주로 바꿀 수 있죠. 다만 사업이 어려워졌다고 언제든 투자금을 돌려받는 구조는 아니에요. 상환 시기와 청구 조건, 회사의 배당가능이익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해요.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은 초기 기업의 가치를 지금 확정하기 어려울 때 쓰는 방식이에요. 먼저 투자하고, 후속 투자 등 약정한 사건이 생기면 정해진 산식으로 지분을 받죠. 할인율이나 기업가치 상한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후속 투자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가 중요해요. 계약서가 짧다고 투자 결과까지 단순한 것은 아니고요.
채권 형태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어요. 전환사채(CB)는 조건에 따라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채권에 새 주식을 살 권리가 붙어 있어요.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그만큼 채권이 사라지는 반면, BW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해도 채권이 남는 구조라는 차이가 있죠.
여기서 ‘채권’이라는 이름만 보고 안심하면 곤란해요.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더라도 회사가 갚을 능력을 잃으면 받지 못할 수 있어요. 이자율뿐 아니라 만기, 담보, 다른 채권자와의 순위까지 봐야 하는 이유예요.
돌려달라고 요구할 권리와 실제로 돌려받을 가능성은 다릅니다. 계약 조항과 회사의 자금 사정을 함께 읽어야 해요.
회수 방법은 네 갈래로 생각할 수 있어요
첫째는 상장(IPO)이에요. 회사가 성장해 거래소에 상장하고,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길이죠. 다만 상장 계획은 목표일 뿐 확정된 일정이 아니에요. 상장하더라도 매각 제한이 있거나 기대한 가격을 받지 못할 수 있고요.
둘째는 인수합병(M&A)이에요. 다른 기업이 투자한 회사를 인수하면서 지분을 매각할 기회가 생길 수 있어요. 이때도 회사 전체의 매각 가격과 내가 받는 금액은 같지 않아요. 투자자별 권리와 매각 조건에 따라 배분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셋째는 구주 매각이에요. 후속 투자자 등에게 내가 가진 주식을 넘기는 방식이죠. 상장 전에도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하는 때에 살 사람을 찾는다는 보장은 없어요. 주주 간 계약에 매각 제한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고요.
넷째는 상환이에요. CB·BW의 만기 상환이나 RCPS의 약정에 따른 상환을 생각할 수 있어요. 다만 채권과 주식의 상환 조건은 서로 달라요. ‘몇 년 뒤 돌려준다’는 설명만 듣고 같은 상품처럼 받아들이면 안 되는 부분이에요.
회사가 청산되는 경우도 있어요. 남은 재산에서 우선순위대로 돈을 나누지만, 초기 기업은 회수할 자산이 거의 없을 수 있죠. 그래서 회수 계획을 볼 때는 잘됐을 때의 경로와 함께 계획이 어긋났을 때 남는 권리도 살펴봐야 해요.
좋은 기술이라는 생각에서 한 걸음 더
저는 반도체 설계에 쓰는 EDA 도구를 AI로 만드는 기업에 투자한 적이 있어요. 관련 업계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이 창업했고, 맞춤형 반도체 설계 수요가 늘면 활용할 곳이 있겠다고 판단했죠.
그렇다고 기술이 좋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었어요. 실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지, 개발에 필요한 자금이 얼마나 남았는지, 다음 투자를 받기 전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따로 봐야 하니까요. 투자 뒤에도 그 판단이 맞았는지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고요.
우리나라에 이런 기술을 만드는 기업이 있으면 좋겠다는 응원도 있었어요. 다만 응원하는 마음과 생활에 필요한 돈은 구분하려고 해요. 좋은 취지로 투자했다는 사실이 손실을 줄여주지는 않으니까요.
소득공제는 기업 설명을 대신할 수 없어요
벤처투자 제안서에서 절세 효과가 크게 보일 때가 있어요. 요건에 맞으면 도움이 되지만, 소득공제는 투자원금을 되돌려주는 제도가 아니에요. 사업이 실패하면 절세액보다 훨씬 큰 손실이 남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제안서를 읽을 때는 순서를 바꿔보면 좋아요. 이 회사가 어떤 고객에게 무엇을 팔고, 그 매출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부터 보는 거예요. 그다음 투자 계약과 회수 경로를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내게 적용되는 세제 혜택을 계산하는 거죠.
절세 설명은 긴데 정작 회사와 계약에 관한 설명이 짧다면, 투자를 결정할 정보가 아직 부족한 셈이에요. 그 빈칸이 채워질 때까지 결정을 미뤄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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