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홈트] 테이퍼링이 뭐길래?
지난 1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 테이퍼링(Tapering, 자산매입축소)를 한다고 하자 주식 시장이 흔들렸다. 연준에서 테이퍼링을 하는 이유는 급증하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해서 슬퍼하지 말자. 원래 처음에는 그랬다. 테이퍼(Taper)는 ‘폭이 점점 가늘어지다’라는 뜻이다. 그럼 무엇이 가늘어진다는 것일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에서 자산을 매입하는 양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매달 1200억 달러 가까이 사들이는 자산을, 매달 150억달러씩 줄여서 결국 더 이상은 자산을 매입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뭐?’라는 생각이 여전히 든다. 지금부터 하나씩 뜯어보자.
시장을 읽는 첫 번째 키워드, 유동성
우선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맨날 돈이 없는데, 시중에는 허구헌날 유동성이 넘쳐난다고 한다. 대체 이게 뭔 소리일까 싶다. 돈이 너무 많이 차고 넘쳐서 모든 자산의 값이 오른다고도 한다. 아니 어떻게 차고 넘치는 거지? 세상에 떠도는 이 돈들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니 만들어내는 곳이 있을 게 아닌가. 그렇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이다.
심플하게 생각해보자. 여기 하나의 거대한 욕조가 있다. 이 거대한 욕조를 시장이라고 생각하자. 욕조 위에는 종이배가 하나 떠 있다. 욕조 위에는 수도꼭지가 있다. 이제 이 수도 꼭지를 틀면 물이 콸콸콸 들어온다. 그러면 종이배는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어도 수위가 올라가게 되어 있다. 종이배를 자산, 종이배가 떠 있는 높이를 자산의 가격이라고 생각해보자.
무슨 얘기냐면 시중에 돈이 풀리면 종이배는 가만히 있어도 가격이 올라간다는 얘기다. 부동산값을 생각하면 쉽다. 시중에 10억이 있고 아파트가 10채 있으면 1채당 1억이 최대가격이 되지만 시중에 100억이 있으면 1채당 10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이후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돈을 쭉쭉 찍어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전세계에서 유통되는 외환거래의 절반 정도는 미국 달러다. 그러니 결국 미국이 돈을 얼마나 푸느냐에 따라 전 세계적의 돈의 양, 즉 유동성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작년 코로나 이후, 미국은 얼마나 많은 돈을 시중에 풀었을까? 아래표를 보자. 저것은 연방준비은행의 대차대조표이다. 저렇게 증가한 것은 미국 중앙은행이 사들인 자산의 양이다. 2007년 서브프라임 당시보다도 지금은 4배 가까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저게 의미하는 뭘까?
**https://ko.tradingeconomics.com/united-states/central-bank-balance-sheet**
‘중앙 은행이 자산을 매입한다는 것’의 의미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최소한 저만큼은 시중에 돈이 더 많이 풀렸다는 얘기다.(‘최소’라고 했다.)중앙은행이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국채를 사거나 파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국채라는 자산을 사들인다는 건, 시중의 누군가는 그 돈을 받게 되는 것이니 시중의 통화량이 늘어나게 된다. 반면 가지고 있는 국채를 팔면 돈을 흡수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보통 이런 경우 매매의 대상이 되는 것은 초단기 국채다. 초단기 국채만 매매를 하는 이유는 채권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돈을 풀면서 위험한 자산을 기반으로 돈을 풀 수는 없기 때문이다. 7일 만기의 국채라고 하면, 일주일 안에 한 나라가 망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30년 만기의 국채라고 하면 같은 국채라도 느낌이 달라진다. 30년이면 그 안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미국연방준비은행에서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초단기 국채가 아닌 10년 이상의 장기 국채를 사들이면서 시중에 돈을 풀기 시작했다. 소위 양적 완화(QE: Quantitative Easing)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한동안은 회사채 ETF를 미국연방준비은행이 사들이기도 했다. 한 마디로 정상적이 경제 상황에서는 안 했을 일을 해온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저 그래프가 보여주는 어마무시한 통화량 증대이다. 테이퍼링을 ‘자산 매입 축소’라고 했다. 그 얘기는 여전히 자산을 매입하되 그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얘기다. 욕조에 물은 여전히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조만간 수도꼭지를 잠글 것이고, 그 후에는 배수구를 열어 물을 빼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제 욕조에는 물이 빠지고 종이배는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모두가 연준의 말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이다.
이 글은 정보 제공용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수치와 제도는 작성 시점 기준이고,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이용약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