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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Fin

[투자를 생각하다] ‘인플레이션’, 주식 시장의 천적

푼푼금융 에세이스트2026.11.01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요즘 경제 뉴스에는 죄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코로나 시국에는 열심히 돈을 풀어주던 미 연준조차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경제 침체’조차도 감수하고 실업률이 오르는 것도 감당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자산 가격이 내려갈 때마다 열심히 돈을 풀어주던 연준이 시장을 이렇게 매몰차게 대하게 된 건 결국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얘가 대체 뭐길래?

인플레이션도 다 같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주식 시장의 가장 큰 적이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중앙은행들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자산 시장에서는 유동성이 줄어들고,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투자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이 증가하여 손익이 나빠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인플레이션은 크게 세 가지 경우로 나눠볼 수 있다. 일단은 학창 시절 배웠던 수요-공급 곡선을 한 번 떠올려 보자.

첫째는 수요가 늘어가 늘어서 생겨나는 수요(demand-pull)인플레이션이다. 시중에 돈은 많아지면서 늘어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다. 수요 곡선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다. 보통은 경기가 좋고 경제 호황과 함께 온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행복한(?) 인플레이션이다. 경기가 과열을 띈다는 징후로 중앙은행에서는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들게 된다.

둘째는 유가나 식품 가격 상승처럼 상품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인상되면서 발생하는 비용 인상(cost-push) 인플레이션이 있다. 공급이 줄어들면서 수요-공급 곡선에서 공급이 왼쪽으로 움직이는 경우다. 이 경우에는 흔히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수요가 증가해서 인플레이션이 생기는 경우는 적어도 거래량이라도 늘게 되고 생산이라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의 경우는 생산량 자체도 줄게 된다. 즉 그만큼 고용이나 성장세가 꺾일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1970년대 초의 석유 파동 당시 있었던 인플레이션을 떠올리면 된다.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 길어지면 장기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업률과 물가가 동시에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가장 위험한 것이 임금(wage)인플레이션이다. 임금 인플레이션은 수요 인플레이션과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결과로 일어난다. 하다 못해 우리가 해마다 연봉 협상을 할 때에도 수요 및 비용 인플레이션에 의해 반영된 시중의 인플레이션율을 고려하게 마련이다. 임금 인플레이션이 위험하다는 건 앞의 두 가지 인플레이션과 그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요 인플레이션과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은 그 원인들을 해결하면 원래로 돌아갈 수 있다. 일시적 인플레이션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임금은 한 번 오르면 다시 낮추기가 쉽지 않다. 한 마디로 구조적 인플레이션이라는 얘기다.

인플레이션에도 관성의 법칙이 있다

인플레이션이 무서운 이유는 어느 순간 관성을 가지고 자기실현적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기대 인플레이션(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인플레이션)이 생겨나고 이런 기대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그냥 집값을 떠올려 보자. 집값이 오를 거라고 생각하면 다들 집을 더 사려고 하고 그런 심리가 집값을 실제로 올라가게 한다. 집 이외의 재화에서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3% 오를 거라고 생각하면, 직장인은 최소 3%의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그게 받아들여지면 이제 회사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자신들이 파는 상품의 가격을 3% 올려야 할 이유가 생긴다. 이런 식으로 돌고돌다 보면 물가와 임금이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인플레이션을 연쇄적으로 일으킬 수도 있게 된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에 자리 잡으면 없애기가 힘들어지는 이유다.

미국의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면 3개의 인플레이션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작년 코로나 시국에 풀어놓은 돈은 수요를 자극하였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공급이 줄어듦에 따라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은 꽤나 높아졌다. 여기에 역대 최저에 가까워진 실업률은 아이러니하게도 임금 인플레이션이 멀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히기도 한다. 연준이 빅 스텝(0.5% 금리 인상)을 넘어 자이언트 스텝(0.75% 금리 인상_을 밟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 글은 정보 제공용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수치와 제도는 작성 시점 기준이고,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이용약관

푼푼금융 에세이스트

금리·물가·산업의 변화를 살피고, 제 관점에서 시장과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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