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포트폴리오를 구매하다
증권사 앱을 들어가서 수익률을 한 번 확인해본다. 주식은 마이너스, 그것도 심한 마이너스. 과감하게 시도한 브라질 채권도 마이너스.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인 건 그래도 2년 넘게 넣어둔 해외 펀드 상품들이었다. 흐음… 역시 ‘나란 녀석은 직접 투자를 하면 안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요즘은 펀드가 찬밥 신세를 못 면하고 있지만, 그래도 일반 투자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금융상품이긴 하다. 그런 시절이 있지 않았던가. 중국 펀드나, 브릭스 펀드를 가입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던 시절. 한 해에만 30% 넘는 수익이 난다는 소문에 다들 예적금을 깨고 펀드를 가입하던 때. 취직을 하고 얼마 안 되어서, 군대 후임병이 증권사에 취직했다며 찾아왔다. 그렇지 않아도 소문이 자자하던 차이나 펀드를 그제서야 가입했다. 그리고 1년 후, 그 펀드의 수익률은 -30%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새 중국 증시가 고점을 찍고 거의 반토막이 나 있었다. 물론 적립식으로 따박따박 넣었으면 언젠가 수익률이 회복했겠지만, 그나마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이라도 아쉬운 일이 생겨서, 환매할 수 밖에 없었던 슬픈 기억만 남기고 첫 펀드의 추억은 사라졌다.
하지만 요즘 같이 예적금 금리가 마땅찮은 시절에는, 다시 한 번 펀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그래도 이번에는 한 번 제대로 공부해 보기로 했다.
님이 알아서 잘 좀 해주세요
뭐든 공부하려면 정의를 알아야 한다. 살펴보니 펀드(Fund)의 사전적 정의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증권 등의 자산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투자지분에 따라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집단적,간접적 투자 제도” 라고 한다. 확실히 금융권은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재주가 있다.
그냥 심플하게 생각하자. 주변의 친구 A가 주식을 엄청 잘한다고 치자. 그럼 부탁하고 싶어진다.
“니가 나보다 투자를 잘하니까 내 돈 좀 굴려줘. 그럼 수수료 줄게.”
그렇다. 펀드의 본질은 결국 이 한 줄이다. 그렇게 다 같이 모아서 산 자산들을 각각의 투자금액만큼 ‘N빵’해서 투자자들의 계좌에 넣어주는 것. 다만, 내가 돈을 맡기는 사람이 친구가 아니라 어떤 회사이고, 또 그 회사에 돈을 맡기는 사람이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다 보니 다양한 제도와 규제가 생겨난 것뿐이다.
가상 예시
예를 들면 투자를 하거나 투자금을 회수할 때,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할 수 없고 기준일자를 정해서 일괄적으로 투자하거나 환매를 해주게 된다.
“오늘 오후 3시 반 전에 투자하시는 분들은, 오늘 시장이 끝나고 계산하여 내일 발표하는 기준가격에 맞춰서 투자를 진행합니다.” “오늘 오후 3시 반 전에 투자금 회수를 요청하신 분들은, 오늘 시장이 끝나고 계산하여 내일 발표하는 기준가격에 맞춰서 돌려드립니다.” 같은 식이랄까.
포트폴리오를 구매한다
펀드는 결국 일종의 커다란 ‘바구니’같은 느낌이다. 하나의 바구니 안에 이런저런 자산들을 넣어서 운용하고, 그 개별 자산들의 수익과 손실을 합해서 가입자에게 돌려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펀드 상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개별종목을 사는 것과 달리 일종의 포트폴리오를 구매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소액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일반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자산 운용을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다는 점 외에도 개별 종목을 구매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을 분산시키고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개별 종목을 사고 나면 항상 불안할 수 밖에 없다.
혹시라도 망하면 100% 손실도 생겨날 수 있으니까. 그런데 펀드는 적어도 그럴 가능성은 없다. 어쨌거나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를 한 덩어리이니 개별 종목이 망한다 쳐도, 적립식으로 꾸준히 넣다 보면 원금 회복의 가능성 정도는 있게 마련이다. 이 정도만 해도 투자를 할 때, 멘탈 케어에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펀드 상품의 기대수익률과 리스크는 두 가지에 의해서 정해진다. 펀드라는 ‘바구니’ 자체의 속성과 그 안에 담긴 자산의 속성이다.
‘바구니’가 지니고 있는 속성은 ‘수수료가 얼마나 나가나, 운용을 잘하고 있는가’ 등 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하자. 바구니 안에 담겨 있는 자산의 속성은 앞에서 얘기한 어떤 기초자산(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등)들을 어떻게 담았는가의 이야기이다.
결국 ‘어느 지역의 어떤 자산을 담는가?’의 문제
어쨌거나 수익률이 플러스인 게 펀드 뿐이니, 이걸 좀 더 해보자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뭘 좀 더 사볼까 싶어서 들어가봤더니…. 흐음…
흐음… 비록 세부 카테고리이긴 하지만, 뭐가 너무 많다. 그렇다고 해서 펀드명은 뭐 이름이 쉬운가. “OOO글로벌인프라증권자투자신탁’ “OO코어밸류증권투자투자신탁”,”OOO글로벌인컴증권자투신탁”어쩌고 저쩌고…그래도 저 정도는 양반이다. 사실 그 뒤에 무슨 코드 네임처럼 알파벳도 붙는다. “XXXX아시아그레이트컨슈머증권투자신탁1호 UH (재간접형)-C_PE”이쯤 되면 싸우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뭐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사실 이게 또 나름 다 이유가 있는 작명이긴 했다.)
그렇다고 쫄지 말자. 어차피 저 이름들은 아래의 두가지를 설명하는 것 뿐이다.
어떤 지역의 어떤 자산의 담겠다’라는 것 자체가 이미 펀드의 전략을 규정한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면 ‘차이나그로스’라는 이름이라면 ‘중국에 있는 성장주’ 위주로 투자를 하겠다는 의미다. 그만큼 주식형 펀드 중에서도 무척이나 공격적인 투자 전략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투자 지역
국내 펀드 시장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상품들은 거의 아래와 같다고 보면 된다.
-글로벌 : 말 그래도 전 세계에 다 투자
-선진국 :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
-신흥국 :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의 신흥국
‘글로벌’이라고 이름이 붙으면 전세계에서 그와 관련된 테마의 자산 중에서 고르고 고르겠다는 의이라고 보면 된다. ‘글로벌테크놀러지’, ‘글로벌리츠’, ‘글로벌고배당’ 등등을 보자. 말그대로 전세계에 있는 자산들 중에서 기술주, 리츠, 고배당주 등을 잘 골라 담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는 의미다.
국가 단위로 들어가면 개별 국가에 투자를 하는 외에도 몇몇 국가를 묶어서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브라질, 러시아, 인도, 차이나를 묶어서 투자하던 브릭스(BRICs)라거나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에만 투자하는 G2 같은 식으로 이름이 붙는다.
자산의 종류
펀드는 일종의 바구니라고 했다.
결국 그 안에 담게 되는 자산은 크게 4개로 나눌 수 있다.
앞에서 떠올렸던 전통자산 vs 대체자산의 분류를 다시 한 번 떠올리면 좋다. 전통자산 : 주식형 vs 채권형 (증권형)
펀드 상품을 볼 때 가장 많이 마주치게 되는 것 단어가 주식형, 채권형,혼합형(주식혼합형, 채권혼합형) 이라는 단어다. 말 그대로 펀드 안에 담겨 있는 자산의 종류가 주식이냐, 채권이냐, 둘이 섞여 있냐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담겨 있는 비중에 따라 명칭이 나뉜다. 저 4가지 유형을 통칭해서 ‘증권형’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둘 다 유가증권이기 떄문이다.
펀드 재산의 60% 기준으로 그 이상을 주식(또는 주식관련파생상품)에 투자하면 주식형, 채권(또는 채권관련파생상품)에 투자하면 채권형이다. 혼합형의 경우 주식이(또는 주식관련파생상품)이 50%이상이면 주식혼합형, 그 미만이면 채권혼합형이라고 부른다. 주식의 편입 비중이 클수록 기대수익률이 높지만 그만큼 고위험 상품이다.
뭐가 복잡하다 싶으면, 짬짜면을 떠올리자. 취향에 따라서 짬뽕과 짜장면의 양을 고를 수 있다 정도랄까.
대체자산 : 부동산형 & 원자재(커머더티)형
대체자산이란 기존의 전통적인 자산인 주식 및 채권과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말한다. 한 마디로 주식 채권의 변동성과 따로 움직이는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수익률의 변동성을 완화시키기 위한 자산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이나 금, 광물, 원유, 농산물 등 원자재(커머디티) 등의 실물 자산이다. 펀드의 경우는 실제로 이런 실물에 직접 투자하는 상품은 드물다. 대신 이런 시장의 영향을 받는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 파생상품등을 편입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형 펀드는 펀드재산의 50% 이상을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거나 혹은 부동산과 관련된 자산에 투자한다. 펀드 상품명에서 가장 흔히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리츠(REITS)라는 단어다. 리츠(REITS)는 부동산과 관련한 사업을 목표로 설립된 주식회사로 이런 회사의 주식만 골라 담아서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따라 가는 것이다.
원자재 관련 펀드는 사실 별로 없다. 원자재와 관련된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 그리고 파생상품까지 포함하여 특정 원자재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에 영향을 자산들이 모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많이 출시된 것은 경제 위기가 닥치면 가격이 상승하는 금의 가격을 추종하는 금 관련 펀드들이다.
펀드 이름으로 펀드 성격을 알아보자
저 큰 덩어리와 같은 분류를 결국 펀드 이름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우선 저 복잡해 보이던 펀드명들을 한 번 쭈욱 보자
한화글로벌리츠부동산자투자신탁(리츠-재간접형)(A
미래에셋차이나그로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C
KB장기국공채플러스증권자투자신탁(채권) S
삼성배당주장기증권투자신탁주식 C
미래에셋인덱스로골드특별자산자투자신탁(금-재간접형) A-E
피델리티유럽하이일드증권자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종류 Ce
보기만 해도 현기증 나는 이름의 나열이지만 가만히 보면 파악이 가능하다. 우선 저기에 나온 이름들을 하나하나 쪼개보자.
한화 + 글로벌 +리츠 +부동산자투자신탁+리츠+재간접형+A
미래에셋+차이나+그로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A
KB+ ( )+장기국공채플러스+ 증권자투자신탁+채권 + S
삼성+배당주장기+증권투자신탁+ 주식+ ㅊ
미래에셋+( )+인덱스로+골드+특별자산투자신탁+금+재간접형 + A-E
피델리티+유럽+하이일드+증권자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Ce
일종의 법칙이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 나름의 작명 원칙이 있는 것이다.
운용사명 : 제일 처음에는 미래에셋,삼성,KB 등 자산운용사의 이름이 나온다. 일종의 브랜드라고 생각하자.
지역 : 다음으로는 글로벌, 이머징, 차이나, 미국, 유럽 등 투자 지역이 나온다. KB장기국공채나 삼성배당주장기펀드처럼 지역명이 없으면 그냥 국내에 투자한다고 보면 된다. 미래에셋인덱스로골드 같은 경우는 골드(금)과 같은 원재자 자산은 어차피 전세계의 시세를 따라가기 때문 굳이 ‘글로벌’을 표기하지 않는다.
투자 자산의 성격(투자전략) : 다음으로는 이 펀드에 담아 놓은 자산의 성격이 나온다. 인프라 관련 주식, 국공채, 리츠, 골드, 달러우량회사채, 하이일드 채권 등에 투자했다는 뜻이다.보통은 담아둔 자산 자체에서 전략이 드러난다. 혹은 투자전략을 직접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법정 분류 : 펀드는 거의 어차피 다 ‘투자신탁’이다. 그러니까 앞에 붙은 것만 보자. 50%이상의 자산을 여기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주식이나 채권 등의 유가증권에 투자하면 증권, 부동산 관련 자산에 투자하면 부동산, 증권과 부동산 이외의 원자재 등에 투자하면 특별자산 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투자 대상 : 주식, 채권, 리츠, 금 등등의 단어는 그래서 결국 여기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수수료 클래스 : A,C 등의 알파벳은 펀드 수수료의 클래스에 대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한 번 정리하겠다.
결국은 투자설명서와 운용보고서
지역구분이 어쩌고, 섹터가 어쩌고도 엄청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그럴 수 밖에 없다. 펀드는 일종의 바구니다. 거기에 무얼 어떻게 담을 건지에 따라서 이름이나 분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짜빠구리’를 만드는데 누군가는 ‘너구리’ 대신 ‘오동통면’을 넣고서는 ‘짜빠동통’이라 이름 붙일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저 펀드명을 보고서는 대충 감만 잡으면 된다. 오히려 이 펀드가 추구하는 투자 컨셉과 이 안에 담겨 있는 자산들이 내 입맛에 맞는지를 보는 게 더 중요하다.
펀드를 가입할 때 살펴보라고 나오는 문서는 4개 정도다. 약관(신탁계약서), 투자설명서, 간이투자설명서, 운용보고서. 약관의 경우 대부분의 펀드가 동일하니 스킵하자. 투자설명서는 딱 열어보면… 머리가 아프다. 보통은 50페이지, 많게는 90페이지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제도적으로 필요해서 만들기는 했지만, 소비자한테 읽으라고 만든 문서는 아니라는 느낌이다. 소비자들이 이걸 읽지 않을 거라는 걸 만든 사람들도 안다.
그래서 있는 게 간이투자설명서다. 이름 그대로 투자설명서의 내용을 보통 5페이지 분량으로 줄여 둔 문서다. 투자등급을 비롯해서 투자 목적 및 투자전략, 수수료 체계 등에 대해 나와 있다. 챙겨 읽어야 할 부분은 바로 투자목적 및 투자전략 부분이다. 세상에는 이미 수많은 펀드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가 이 펀드를 만들었는가?’의 이유가 여기에 적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면 일단 투자를 고려해봐도 좋다.
Figure 1보통 이렇게 적혀 있다.
다음으로 봐야할 건 운용보고서다. 사람도 살다 보면 말과 행동이 달라진다. 펀드들도 그런 경우가 생긴다. 처음에 말(투자목적)은 저렇게 했는데 정작 운용은 그렇게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운용보고서는 “제가 이렇게 말을 했었고, 그래서 이런 것들을 이 펀드에 담아뒀습니다.”라고 매월, 분기 단위로 알려주는 내용이다.
[Check Point]
펀드의 전략
기본적으로 어떤 지역의 어떤 자산을 담았느냐가 펀드의 운용 방향을 정한다고 했지만, 최근에는꽤나 독특한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안정적인 운용이 특징입니다.
-TDF(Target Date Fund) : 은퇴 날짜를 기준으로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주는 펀드. 예를 들면 펀드명에 ‘TDF2045’라고 되어 있다면, 2045년의 은퇴를 기준으로 처음에는 주식 비중을 높여 공격적인 투자를 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서히 채권의 비중을 늘리며 안정적으로 운영합니다. .
-EMP(ETF Managed Portfolio) :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저렴한 ETF(상장지수펀드)를 이용한 자산배분효과를 노리는 펀드. 단순히 주식이나 채권을 넘어, 금과 같은 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노립니다.
-멀티에셋인컴(Multi-Asset Income) : 자산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지속적인 인컴수익을 창출하는 자산 위주로 담는 펀드
-사모재간접펀드 : 기본적으로 공모펀드에서 추구할 수 없는 롱숏전략, 메자닌 등의 대체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사모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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