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사람이라면?
언젠가 그런 컬럼을 쓴 적이 있다. 주식시장이 만약 운동장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누군가는 저기 한 켠에서 단거리 달리기를 하고, 누군가는 같은 트랙 위에 마라톤 연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장애물 경기나, 멀리뛰기, 높이 뛰기를 하는 이들도 있다. 또, 누군가는 뒷걸음으로 걷기도 하고, 오리 걸음으로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누구는 그 한 켠에서 매트를 깔아놓고 요가를 하고 있고, 축구나 족구를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똑같이 주식 거래를 하고 있지만, 하고 있는 게임은 다 제각각인 것이다. 누가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지는 자기 자신만 안다. 아니 종종은 자기 자신도 모른다. 그냥 남들이 하는 거에 휩쓸려서 하는 경우가 많다. 해서 투자란 내가 하고자 하는 규칙을 정하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 안에서 기대수익률과 손실률을 가늠하며 해야하는 것일 테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한 가지 상상을 해보자. 여기 키가 170cm 몸무게가 76kg 나가는 운동선수가 있다. 이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딸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정답은 ‘알 수 없다.’이다. 물론 역대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의 모든 신장과 몸무게를 구해서 메달을 땄던 경우를 모두 데이터화하여 통계화한 자료가 있다면, 어떤 답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저 질문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저 질문만 봐서는 농구 선수라고 하면 키가 좀 작은 거 같고, 유도 선수라면 왠지 탄탄해서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하고 그렇다. 나이나 기존의 수상 경력을 알면 좀 더 맞출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갈 거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 얘기를 하는 건 우리가 주식 시장에서 마주치는 온갖 재무지표들을 접할 때,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이 기업은 PER가 얼마니까 오를 거에요.”
“이 기업은 PBR이 얼마니까 초저평가된 상태에요.”
“이런 성장주는 PSR만 보면 되요. PER가 100배지만 그래도 오를 거에요.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유동비율과 부채비율은 어떤지, EV/EBITDA는 어떤지 등등을 따진다. 그러다 보면 온갖 지표들의 늪에 빠진다. 여러분들이 HTS의 재무제표나 각종 자료들에서 맞이하게 되는 수많은 지표들은 대략 저 정도 된다고 볼 수 있다. 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나지 않은가?
사실 주식 시장의 모든 기업들을 한 줄로 세울 수 있는 지표 같은 건 없을지도 모른다. 각각의 기업들이 영위하는 업종이 다르고, 성장의 단계가 다르고, 산업의 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 지표들은 무언가를 알려주고는 있지만, 때로는 그 자체로는 참 애매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는 저것들 사이에서 무언가 답을 찾아야 한다. 아니 답을 찾을 수는 없다. 대신 확률을 올릴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투자했을 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확률, 그래서 수익의 기대값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이제부터는 저 지표들 사이의 길을 하나씩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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