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의 한계와 활용도
사실 PBR은 너무 오래된 지표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PBR을 투자에 처음 활용한 것은 1920년대이고, 그의 저서 <현명한 투자자>가 나온 것은 1949년이다. 70년의 세월 동안 주식 시장을 구성하는 기업들의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그가 활동하던 시절에는 공장 기반의 제조업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이었기에 유동 자산과 유형 자산에 기반하여 기업의 청산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나름 유의미하였다.
하지만 오늘 날의 주식 시장은 그때와는 판연히 다르다. 소위 바이오나 제약 회사들은 유형 자산을 갖추기 보다는 연구개발비에 투자를 더 많이 하는데, 이런 비용은 장부가치에 반영될 수가 없다. (이 업종들이 고PBR 업종인 이유다) 음료회사나 가정용품회사들이 오랜 마케팅을 통해 구축한 브랜드 가치가 같은 것들도 무형자산이어서 재무상태표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PBR은 하나의 업종 내에서 비교하는 것이 그나마 유의미하다.
저PBR 업종은 대체로 아래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1. 저PBR 업종은 고PBR 업종보다 평균 ROE가 낮다. 2. 저PBR 업종은 위험(특히 부채비율)은 더 크다 3. 저PBR 업종은 기대성장률은 훨씬 낮다.
특히 세 번째의 ‘기대성장률’이 낮다는 것은 산업 자체가 더 이상 젊지 않고 노후화되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사실 PBR의 기초가 되는 자기자본의 청산 가치는 실제로 장부에 기입된 것과 다른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10억짜리 장비를 사서 10년 동안 1억씩 감가상각한다고 했을 때, 5년이 지난 후에 장부에는 5억의 가치가 남아있지만, 실제로 이 장비가 5억이 팔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즉 회계적으로 기록된 장부 가치와 현실 상의 가치 자체는 다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PBR이 유용한 경우가 있다.
1. 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 2. 경기민감주의 밸류에이션
개별 기업들의 PBR은 업종별 특성, 개별 기업의 상황 등에 따라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업들이 모두 보여 있는 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 관점에서는 나름의 평가 근거가 될 수 있다. KOSPI 전체의 PBR이 0.8이하라면 저평가, 1.2 이상이라면 고평가되어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고, 투자의 성공 확률을 조금이나마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또 상장 기업들 중에 기본적으로 기업 자체는 우량하고 사업의 영속성에 문제는 없지만 경기 사이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들이 있다. 이런 기업들은 이익의 변동성이 큰 편이고, 호황기에는 역대급 실적을 내다가도 한 순간에 적자로 돌아서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장비, 디스플레이 조선, 해운, 건설 등의 업종 들이 그렇다.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은 22년 2분기에는 13조원의 역대 최다 분기 매출에 4.2조의 이익을 냈지만, 23년 1분기에는 5조원 대의 매출에 3.4억의 적자를 기록했다. 1년이 채 못 되는 상황에서 극과 극을 오간 것이다.
이런 기업들은 5~10년간 PBR 추이를 보면 특정 구간에서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소위 말하는 그 기업의 ‘PBR밴드’이다. 주가가 높을 때에는 PBR 밴드 상단에, 주가가 바닥을 찍을 때에는 PBR은 밴드 하단에 위치한다. SK하이닉스 같은 종목이 PBR 0.8 아래로 떨어졌다면 투자를 시작해도 나쁘지 않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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