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들도 성격이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기초 자산의 종류, 그리고 그 종류에 따라 생겨날 수 있는 수익(현금흐름)에 대한 간단한 개괄이라고 볼 수 있다. 패션이라고 치면 상의, 하의. 상의 중에서도 아우터, 셔츠, 티셔츠 뭐 이런 식의 카테고리 분류랄까. 이것만 가지고는 그 옷의 특징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다. 소재가 무엇인지, 사이즈는 어떻게 되는지 등등 그 속성을 알아야 원하는 옷을 살 수 있다. 기초 자산들도 결국 그런 속성들을 파악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관심을 가지고 경제 뉴스를 보다 보니 아래와 같은 문구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 금리 인하에 따라 시장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안전 자산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고…”
“ 대체 투자 선호에 따라 공모 펀드 중에서도 그 비중이 늘어나고 있으며…”
“ 달러 약세에 따라 신흥국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며…”
곰곰히 읽어봐도 드는 생각은 한 가지. ‘아..씌… 뭔 말인지 1도 모르겠다.’ 위험 자산이 애초에 뭔지도 모르겠는데, 금리 인하가 된다고 왜 저걸 사려고 하는 건지, 대체 투자는 또 대체 뭐하는 투자인지. 달러가 약세인 게 왜 신흥국 시장에 좋은 건지 등등. 뭐랄까. 아무말대잔치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 것이다.
사실 자산의 속성이라는 건 그 자체의 특징도 있지만, 결국은 월스트리트를 포함해서 전 세계의 투자자들이 시장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는가, 그래서 그 자산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자산의 속성에 따른 분류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안전 자산 vs 위험 자산 : 경제 위기에 얼마나 강한가?
전통투자자산 vs 대체투자자산 : 예전부터 있던 투자 자산인가, 아니면 신상인가?
선진국 자산 vs 신흥국(이머징) 자산: 그 자산의 원산지는 대체 어디인가?
저 자산의 분류들은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각각의 자산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위기에 강한가? 안전자산 vs 위험자산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은 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위기가 왔을 때 안전한가 아닌가의 차이다. 기본적으로 안전 자산의 경우에는 위기가 닥치면 가격이 오른다.
가장 대표적인 게 미국 국채와 금이다. 통화 중에서도 달러나 엔화와 같은 것들이 가치가 오른다. 아무리 경제 위기가 닥쳐도 미국이 망할 일은 없으니(없다고 생각들 하니) 미국의 국채와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게 된다.
금은 예로부터 세상 천지 어디에 가든 쓸 수 가 있는 자산이었다. 심지어 화폐조차도 금과의 교환을 보증해야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기에 양적완화와 같은 방식으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실물인 금의 가격은 오르게 된다.
또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월스트리트에서 신흥국에 투자한 자산들을 회수하기 시작하는 경향이 많다. 때문에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영향도 있다. 엔화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다.
일본의 경우 국가 신용등급(A1)이 우리 나라(A2)보다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간의 초저금리로 인해 엔화를 빌려서 세계 곳곳에 투자된 돈들이 워낙 많다. 그렇다 보니 미국처럼 자본 회수를 하게 되면 엔화 수요가 증가하면서 강세를 띄게 된다.
반면 위험자산은 가장 대표적인 게 주식이다. 경제가 나빠지면 제일 타격을 받고 그만큼 변동성이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 소위 하이일드라고 불리는 투자부적격 채권과 신흥국의 국공채들도 마찬가지다. 이머징 통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제 위기가 닥치면 결국 기축통화인 달러와의 교환비율이 떨어지게 되니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결국 얼마나 더 신뢰할 수 있는 자산인가에 따라 안전 자산과 위험자산으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극도로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기관투자자들의 자산배분이라는 것도 결국 시장상황에 따라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비중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안전자산이라는 이름에 현혹되지 말자. 안전자산이라고 해서 결코 변동성이 적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금의 경우 2011년에 온스당 1800달러를 찍고 내려와 2015년에는 1000달러대에 머물기도 했다. 최근 들어 다시 고점을 경신하고 있지만, 2011년에 금을 샀다면 10년이 지나서야 겨우 본전을 찾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유동성 자체가 말라 버리면(최근의 코로나 사태처럼 다들 현금이 필요한 경우) 안전자산의 가격도 급락하는 경우가 생겨난다.
그림 1 국제 금 가격의 등락도 만만치 않다
기존에 하던 방식인가 ? 전통 자산 vs 대체 자산
전통 자산은 말 그대로 예전부터 해오던 투자 자산들로, 바로 채권과 주식이다. 가장 고전(?)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채권과 주식의 비중을 조절하는 방식이었다. 불황이 다가오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의 비중을 늘리고, 경기가 좋으면 주식의 비중을 늘리는 식이었다.
문제는 채권은 저위험 저수익, 주식은 고위험 고수익이다 보니 그 중간의 중위험 중수익에 대한 시장의 니즈를 채워줄 수 없었다는 점이다. 또 무엇보다도 둘 다 금융 자산이 다 보니 금융 시장이 붕괴될 때에는 동시에 가치가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금융 시장이 붕괴되면서 모든 전통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고 나니 새로운 투자 자산과 방식에 대한 니즈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대체투자’는 非전통 자산에 대한 투자는 물론 기존과 다른 형태의 투자 방식, 그런 투자를 주로 하는 자산운용 형태 등등을 통칭해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자산의 종류로만 보자면 대표적인 게 부동산, 비행기, 선박 같이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실물 자산이나 금, 원유 같은 상품 자산이다. 투자 방식이나 전략에 있어서는 롱숏 전략(공매도를 통해 시장 하락시에도 수익을 내는 방식)을 이나 시장중립적인 절대수익을 추구하고, 일반적인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신종 증권에 투자하는 메자닌 투자나 기업레버리지인수(LBO) 투자를 하기도 한다. 보통 이런 식의 투자를 하는 곳들이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인 경우가 많다.(하지만 모든 헤지펀드나 사모펀드가 대체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다.(대체 투자 전반에 대해서는 뒤에서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어떤 지역인가? 신흥국 vs 선진국
이번에는 결국 원산지의 문제다. 셔츠라고 다 같은 셔츠가 아니다. 브랜드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주식, 채권과 같은 자산도 결국 해당 지역, 해당 국가의 경제력이나 자본 시장의 형태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신흥국의 변동성이 더 크다고 간주된다.
사실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를 분류하는 기준 자체가 지독히 월스트리트의 관점을 따른다. 전세계의 자산운용사들이 자신들의 자산을 운용할 때 가장 많이 벤치마크로 삼는 것이 바로 미국의 모건스탠리에서 발표하는 MSCI 지수이다. 글로벌 지수, 지역별 지수, 국가별 지수 등 다양한 지수를 발표하는데 우리 나라는 이 지수에서 이머징 국가로 분류된다. 단순히 경제의 사이즈만으로 선진국과 이머징을 나눌 수는 없겠지만, 경제력으로 세계 10위에 이르는 우리 나라가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조금 어이없는 상황이다.
가끔 뉴스를 보다보면 “MSCI 지수 중국 추가 편입… 한국 주식 약세 예상” 같은 기사를 보게 될 떄가 있다. 보통 MSCI EM (신흥국) 지수 내에서 중국 주식의 비중이 커지면, 이 지수를 벤치마크로 하는 자산운용사들은 중국의 비중을 늘리고 그만큼 다른 나라의 비중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참고로 선진국 지수인 MSCI WORLD와 신흥국 지수인 MSCI EM과 관련한 각국의 비중은 아래와 같다. (2020년 6월 기준)
각각의 변동성을 고려했 때 외국인투자자나 기관투자자들이 자산을 바라보는 시선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하자면 아래와 비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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