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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Fin

매매가 투자는 아니다

모아재무관리 길잡이2026.10.31

막바지에 와서야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이제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여태까지 금융과 경제와 관련된 긴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작 매매(트레이딩)와 투자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냥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을 ‘투자’라고 생각했다는 걸. 그게 과연 투자일까? 그건 그냥 일종의 베팅이었던 게 아닐까. 오늘 내가 산 주식이 내일은 조금 더 비싸질 거라는 전망에 기대었던 나의 바람이었던 건 아닐까?

우리는 종종 그런 착각에 빠진다. 무언가에 몰두하여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바쁠 때, 자신이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뻘짓인 경우가 많은데도 말이다. 심지어 그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위라 하더라도 그 분주함 만으로 자신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한다.

투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무언가 이런 저런 정보를 접하고 사고 팔기를 열심히 하면서 투자를 열심히 한다는 착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하지만 사실 매매를 자주한다고 해서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거래서와 수수료를 생각하면 더 많이 잃을 가능성이 크다;) 그건 그냥 매매를 자주 하는 것일 뿐이다. 10년 한 번 사서 한 번 파는 것이 돈을 버는 일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트레이더인 알렉산더 엘더는 자신의 저서에서 ‘트레이딩은 일종의 알코올 중독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무언가를 사고 파는 행동, 그리고 그 안에서 수익을 노리는 행동은 그렇게 일종의 중독이 된다.

그럼 투자란 무엇일까? 한 번 과거로 돌아가보자. 우리가 투자하는 자산들은 애초에 어떻게 생겨났을까? 애초에 그 자산에 처음 투자한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걸 생각해보면 투자의 본질은 어떤 것인지 조금은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채권, 채무의 증표

채권은 어쩌면 화폐라는 게 생기기도 전부터 있었을 것이다. 배가 고팠던 누군가가 옆집에서 보리 1되를 빌리고 다음해에 1되 반을 갚겠다고 한 것에서부터 시작했을 수도 있다. 빌려준 사람은 지금 당장 자신이 보리 1되를 사용할 수 있는 자유를 1년 후로 연기하면서 더 많은 보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일 테다. 물론 빌려간 사람이 떼먹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1년을 보내었어야 했을 것이다.

화폐 경제가 발달하면서 이제 보리가 아니라 보리를 살 수 있는 돈을 빌리게 되었을 테다. 이제 누군가가 나에게 돈을 빌려갔고, 그것에 대한 이자를 준다고 했을 테다. 누군가 100냥을 빌려가면서 10년 동안 매해 5냥을 이자로 준다고 했다고 생각해보자.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미래로 보내는 대신(10년 후에 원금을 받는 대신) 지속적인 현금흐름(해마다 5냥)을 창출하는 행위가 된 것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영구채’라는 게 있었다. 애초에 원금은 갚을 생각이 없고, 그냥 영원히 이자를 주겠다는 의도의 채권이다. 그 채권을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 번에 고액을 넘기고,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얻는 방법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채권은 결국 나의 돈을 미래로 던져두고서, 그 기간 동안 그 돈이 만들어내는 수익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기간 동안, 돈이 뗴일지도 모른다는 리스크에 시달려야 하지만 말이다.

주식, 동업의 증표

다음으로는 가장 대표적인 자산인 주식을 떠올려 보자. 앞에서도 한번 설명했지만, 주식의 시작은 16세기 대항해시대로 거슬러 간다.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는 바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1602~1798). 기본 컨셉은 이렇다. “내가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혼자서 돈을 다 대려니 힘들다.

니들이 돈 좀 보태봐라. 사업 잘 되면 나눠 줄게.” 이 회사는 설립 첫해부터 배당을 시작했다. 그 수익률은 놀라웠다. 1602~1696년까지 동인도회사의 평균 배당률은 20%로, 설립 4년 차가 되던 1606년에는 무려 75%의 배당률을 기록했다. 동인도회사가 주주를 모집하면서 약속한 수익률이 3.5% 정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20배가 넘는 배당률이었다.

주식 시장은 그 다음에야 생겨났다. 저 주식을 마냥 들고 있을 수 만은 없는 사람들이 있었고, 주식거래의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고로 애초에 주식은 사고 팔기 위한,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매매 차익을 위한 증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한 기업의 성장을 함께하고, 그 수익을 함께 하겠다는 취지에서 생겨난 것이다. 내가 그 회사에 돈을 넣었다는 걸 알려주는 증서, 그래서 내가 그 회사의 수익을 공유할 권리가 있다는 증서, 그게 어쩌면 주식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현금 흐름의 관점에서 보자면 처음에 돈을 투자하고, 배당금이라는 형태로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얻어낸다는 의미다. 시세 차익이 생기면 그 또한 덤이다.

직장인 마인드로 생각해보자. 우리 회사의 대주주인 회장님은 나를 고용해서 부려먹는다. 그리고 내가 일해서 벌어들인 수익을 배당금이라는 형태로 가져간다. 그 분이 이 회사의 주주니까.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어느 회사의 주주가 된다는 건, 그 회사의 임직원을 내가 고용해서 부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벌어온 돈을 내가 배당금으로 받는 것이다.

이렇게 따지면 종목 선택의 고민도, 주식을 보유하는 기간 등에 대한 고민들이 의외로 심플해진다. 자, 이제 내가 회장님이다. 내가 기업들을 채용한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기업들을 채용할 것인가? 뭔가 예측가능하고, 성공의 경험이 있는 기업들을 뽑게 되지 않을까.

더 심플하게 생각하면, 내가 입사하고 싶은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도 꽤 좋은 투자 전략이다. 내가 입사하고 싶다면 누구나 다 입사하고 싶어하는 곳일 테고, 좋은 인재들이 몰리는 곳일 테다. 그런 기업들의 주식을 사놓고, 기본적인 이익창출능력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면 차근차근 모아가면 어떨까.

그렇다. 내가 그 회사 입사는 못해도, 그 회사의 임직원들이 번 돈을 나눠 가질 수는 있다는 것. 그게 21세기 자본주의의 미덕일지도 모르겠다.

그제서야 워렌 버핏 할아버지가 왜 맨날 주식이 아니라 ‘기업’을 사라고 하는지 이제서야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가. 그런데 어느 순간, (물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배당금을 잘 안 줘서이기도 하지만.) 그런 원래의 취지는 사라지고 그냥 시세차익이 투자의 전부인양 생각하다 보니, 투자=매매라는 사고방식이 생겨난 것이다.

투자 投資 = 재물을 던지다

투자가 뭘까를 고민하다 보니, 새삼 단어의 뜻을 살펴보게 된다. 투자(投資). 던질 투(投), 재물 자(資). ‘자본을 투입한다’라는 뜻이겠지만, 그냥 무식하게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도 의외로 어떤 의미가 와닿는다.

‘투자 = 재물을 던진다.’

던진다고 해서 버리는 것은 아니다. 재물을 던지는데 어디로 던지는 걸까? 그렇다.

미래로 던지는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먼 미래도 던져둔다. 그리고 그 미래의 시점까지 그 기간 동안 이 재물이 나 대신 일을 해서 돈을 벌게끔 만드는 것이다.

물론 지금 가지고 있던 재물을 미래로 던져두었으니 리스크가 없을 수는 없다. 멀리 던져 놓을수록 회수할 수 있을지 없을지 더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렇다. 투자란 지금의 재화를 미래의 어느 시점으로 보내어 내가 원하는 현금흐름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이다.

돈은 결국, 시장과 시간이 벌어준다

투자는 결국, 자산 배분을 통해 내가 지닌 현금이 나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는 것이다. 이 체계화는 내가 지닌 현금이 미래에는 어떤 가치를 지닐 수 있을지, 그 미래 가치를 근거로 하여 현재 어떠한 형태의 현금흐름을 창출 가능한지를 보아야 한다. 투자는 그래서 일종의 타임머신 같은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미래의 어느 시간으로 흩어두는 것이다.

앞에서 설명했던 개별 자산들의 수익구조를 생각해보자.

단기적으로 매매 차익을 노리는 전략은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다.누군가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분명히 누군가는 추가 수익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얘기는 누군가는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서 손실을 보게 된다는 의미다.

내가 전자가 될지, 후자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결국 시장 전체로는 제로섬 게임이 되고, 또한 이 초과 수익을 누가 차지할 것인지 알 수 없다.개인이 단기 매매 시장에서 승자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자금과 정보에서 기관 투자자보다 밀릴 수 밖에 없고, 밀리세컨 단위로 주문을 할 수 있는 초고성능 프로그램 매매보다 손이 빠를 수도 없다. 마치 항공모함을 대상으로 활을 들고 대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매매를 잘하는 것은 그 자체로 투자는 아니다. 종목 선택과 마켓 타이밍을 이용해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은 일종의 동전 던지기나 마찬가지다. 연이어 잘 될 수는 있지만, 항상 성공할 수는 없다. 실력과 운이 함께 작용해서 트레이딩으로 비록 큰 돈을 벌었다 해도, 그 바닥에 계속 남아서는 그렇게 번 돈이 어떻게 증발할 지 알 수 없다

반면 인컴 수익은 지속적으로 현금흐름을 만들어 낸다. 시장과 기업의 성장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기업과 시장 자체가 성장하면서 생겨나는 자산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본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투자를 단기,중기,장기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개인일수록 중장기 투자를 염두에 둬야 하는 이유다.

투자는 부동산처럼

모두가 좋아하는 부동산을 떠올려보자. 드물게 단타 매매가 없는 자산이다. 드물게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는 자산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로 40년 간의 수익률 그래프를 그려보면 부동산보다 주식의 수익률이 높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부동산이 돈을 벌어다 주는 경험을 한 이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중장기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서울시내의 아파트들을 마치 회사들의 주식처럼 쪼개어서 실시간으로 거래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 글쎄다. 아마 부동산으로도 돈을 벌지 못한 사람들이 숱하게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결국 투자의 초보라면 시장의 평균수익율을 줄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고(일단 겪어 보는 것), 시장이 커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기다릴 줄 아는 것). 그리고 그 와중에 생겨나는 자산간의 가격 상승 갭에 맞춰 리밸런싱해 보는 것(시장을 지켜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에게.. 그냥 시장의 평균만 따라가자고?’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거듭 말하지만 투자의 세계에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평균보다 못한 사람들이다. 수영장에 가면 옆에서 멋들어지게 접영을 하는 상급반이 보인다.

하지만, 오늘 처음 수영장에 간 내가 저걸 해낼 수는 없다. 일단은 “음~~파~~~”하며 고개를 물에 넣었다가 돌렸다가 하며 숨쉬는 법부터 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킥판을 붙들고 버둥거리면서 발차기를 연습해보는 것이다. 투자도 그렇게 새각해야 한다.

이 글은 정보 제공용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수치와 제도는 작성 시점 기준이고,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이용약관

모아재무관리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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