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
20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금융투자이론들이 고민했던 것은 단순하게 정리하면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어떻게 하면 리스크 대비 기대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까?’
그러나 그들이 찾아낸 그 답을 보자면 일종의 허무개그처럼 느껴진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어떤 주식이 좋은 주식인가?” => “아무거나 사도 매한가지. 어차피 열 종목 이상 사면 종목의 특성보다 시장의 상황에 더 크게 좌우되니까.”
“주가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 “없다. 차트 백날 봐도 어차피 알 수 없음.”
“가장 좋은 포트폴리오는 어떤 포트폴리오인가?” = > “시장 전체를 사라.”
“어떻게 하면 개개인에게 맞는 포트폴리오를 맞춰줄 수 있는가?” => “그럴 필요 없다. 똑 같은 포트폴리오를 추구하되 현금비중만 조절하라. ”
적어도 현대재무이론의 가장 핵심적인 모형인 ‘자본자산 가격결정모델(CAPM: Capital Asset Pricing Model)’의 답변을 극도로 단순화시켜 놓으면 저렇다. 물론 증권 분석을 잘해서 지속적으로 시장을 능가하는 귀재들도 있고, 모두가 폭망하는 가운데 혼자 역베팅을 해서 성공하는 용자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이든 일단 기본부터 해야 한다. 무슨 이론, 무슨 모델이라고 어려워하지 말자. ‘피할 수 없는 리스크만 감당하되, 차근차근 수익을 늘려가자.’ 정도의 취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장에서는 조금은 딱딱한 이야기를 다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충 컨셉 정도만 머리 속에 남겨둔다고 생각하자.
왜 ‘자산 배분인가’?
도대체 무엇이 투자 수익에 영향을 미칠까? 그게 궁금했던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이었을까.
그러니 1986년에 이 궁금증에 답을 하는 논문이 나왔다.
바로 금융 투자가 게리 브린슨이 발표한 ‘포트폴리오의 실적을 결정하는 요소’(Determination of Portfolio Performance’가 그것이다. 90여개가 넘는 연금 기금의 실적을 분석한 후 그가 내린 결론은 결국 ‘자산 배분’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산 배분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90%이고 ‘종목 선택’ 과 ‘마켓 타이밍’이 미치는 영향은 10%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과연 ‘자산배분이 90%씩이나 중요할 수 있냐’라는 논란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요인이라는 데는 아직 업계 내에서 큰 이견은 없다.
그러니까 ‘어떤 종목을 담는가(종목선택)’, ‘언제 사고 언제 파는가(마켓타이밍)’ 보다 ‘어떤 자산을 어떤 비중으로 보유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인데… 문제는 저런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봤자 쉽게 와 닿지가 않는다는 거다. 왜냐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고 매일 주식 시장에서 보는 것들과는 거리가 있으니 직관적으로 와 닿지가 않게 마련이다. 분명히 ‘몇 종목 잘 골라서(종목 선택), 싸게 사서 고점에 팔아서(마켓 타이밍)’ 큰 돈을 벌었다는 전설이 있지 않냐는 말이다.
우선 분석의 대상이 연기금의 수익률이다.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실적 분석이 아니다. 시장을 떠날 수도 없고, 큰 자금을 운용해야 하고, 보수적인 운용과 내부적인 가이드를 따라야 하는 시장의 큰 플레이어들이다.
한 두종목만 살 수도 없고, 장기적으로 운용해야 하고, 자신들의 매매 행동 자체가 시장의 흐름 자체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자신의 의사에 따라 마음대로 자산 운용을 할 수 있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애매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시장 자체를 보는 시선 자체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으로 시장을 봐야 하는 연기금 투자자들의 관점과 아무래도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만들고픈 개인 투자자들의 관점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해서 꾸준히 수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면, 저 분석을 무시할 수 있는데, 그렇지가 않은 게 현실이다. 우리가 접하는 기사들은 대부분 “팔면 오르고, 사면 떨어져. 개미의 눈물” 같은 기사들이 대부분인 현실이다. 그러니저 분석이 개인투자자에게도 유의미한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가 시장의 탑플레이어보다 나을 가능성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투자가 번번이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왜 자산 배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 건지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종목 선택 : 매번 잘 고를 수 없잖아
‘테마주’ 잘 잡으면 일주일에도 300% 가는데 뭔 소리?
그렇다. 우리가 매일 보는 시장에서는 하루에도 상한가, 하한가 종목이 수두룩하다. 그냥 종목 선택 잘하면 한 방 먹을 수 있는 기회가 가득해 보인다. 그런데도 종목 선택이 크게 유의미하지 않다니. 그게 말이 되는가?
물론 종목 선택을 잘하는 것은 필요하다. 왜 아니겠는가? 10년 전에 아마존 주식을 산 사람과 코스닥 테마주를 산 사람의 수익률은 분명 큰 차이가 있을 테다. 만약에 우리가 한두 종목만 골라서 모든 재산을 털어 넣는다 치자. 그래서 그 종목을 너무너무 잘 골라서, 인생 한방 가능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나서, 또 다른 종목을 골라서 한 방을 노릴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베팅이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 종목이 아니라 여러 종목을 잘 골라서 분산투자를 하면 되지 않을까? 1990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윌리엄 샤프는 일반적인 종목의 주가 변동성 가운데 3분의 1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탓이라고 한다. 나머지 3분의 2는 '동일 업종의 다른 종목'과 해당 종목 고유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주식으로 따지자면 소위 말하는 시장 리스크, 섹터 리스크, 개별 종목 리스크가 있다는 얘기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단일지수모델(다양한 증권의 수익은 가장 기본적인 요인을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에 따르면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종목수가 10여 종목만 되어도 업종 내 다른 종목과 해당 종목의 고유의 특성에서 비롯된 가격 변동성은 중화된다. 즉, 분산투자를 하면 결국 섹터 리스크와 개별 종목 리스크는 거의 사라지고, 변동성의 90%이상이 시장 리스크에 의해 좌우된다는 얘기다. 여러 종목을 편입하게 되면 결국은 그 자산군의 시장 리스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시장이 폭망하는 가운데에도 내가 고른 종목들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양식장의 물이 오염되었는데 내 물고기만 괜찮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적은 확률에 헛된 기대를 거는 건 돈을 잃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한 마디로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것은 중요하지만, 종목이 많아지면 결국은 그 자산군 자체의 기대수익률과 리스크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마켓 타이밍 : 항상 미래를 제대로 예측할 수 없잖아
싸게 사서 비싸게 팔라.
그렇다. 뭐든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래서 열심히 차트를 본다.
캔들이 음봉에서 위꼬리를 달면 하락하고, 적삼병이 뜨면 대세 상승의 초기이고… 이런 식의 분석들을 한다. 어쨌거나 매수와 매도의 심리가 차트 상에 드러나는 것이니 나름의 확률적인 분석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종목 선택과 같은 문제가 있다.
이걸 지속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꼭 차트 분석이 아니더라도 ‘마켓 타이밍’은 결국 예측에 기반한 베팅이다. 문제는 이런 예측들은 대부분 ‘이러이러하다’라는 가정을 두고서 하는데, 그 가정이라는 것들이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른다는 거다.
2020년이 밝아올 때 거의 모든 증권사에서 2020년의 KOSPI지수는 2200~2500 사이에서 오갈 것이라고 했다. 지루했던 미-중 무역분쟁도 끝이 났고 이제 반도체가 새롭게 슈퍼 사이클에 들어가면서, 전세계 증시 중에서 가장 저평가되었던 국내 증시가 드디어 지루한 터널을 지나서 빛을 볼 거라고. 그리고 지금 내가 원고를 쓰고 있는 시점은 2020년3월 19일. 오늘 장중에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하고 코스피는1457, 코스닥 428을 찍었다. 그렇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유가 급락으로 따른 신용 경색 우려 때문이었다.
증권사들의 예측이 틀렸다고, 그들이 일을 못한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들은 그 당시까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바탕으로 최선의 예측을 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문제는 전혀 예상치 않은 돌발 변수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런 돌발변수들은 사실 돌발 변수가 아니다. 시장에는 항상 돌발 변수가 있게 마련이고, 돌발 변수 자체는 우연적일지 몰라도 ‘시장에는 예상할 수 없는 돌발 변수가 있다’는 가정은 일종의 상수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똑같은 지표에 대해서도 시장의 심리는 어떻게 튈지 모른다. 어떤 기업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두었다는 발표를 해도, 어떨 때는 그 호실적을 기반으로 주식이 오르고, 또 어떨 때는 이제 정점을 찍었으니 하락할 일만 남았다고 폭락하기도 한다. 고용지표가 좋게 나오면 증시에 좋은 뉴스가 되어야 하는데, 경제 체력이 좋아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안 내릴 수도 있으니 악재로 반영하기도 한다.
그렇다. 적절한 ‘마켓 타이밍’을 잡는 것은 그래서 모두가 말하는 대로 신의 영역이다.
자산 배분 (Asset Allocation) : 비체계적 리스크를 줄이고, 시장의 성과를 얻자
자산 배분은 서로 다른 자산군을 적절한 비중으로 보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산군을 일종의 포트폴리오 형태로 보유하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떤 자산군을 포트폴리오 형태로 보유하면, 남게 되는 가장 큰 리스크는 시장 리스크다.
우리가 한 가지 자산만 보유하면 시장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서로 상관관계가 적은 자산군을 적절한 비중으로 보유하면 이런 시장 리스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경기가 안 좋으면 위험 자산(주식)은 폭락하고 안전 자산 (채권,금, 달러)는 오르는 경향이 많다. 이렇게 시장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들을 보유하면 하나의 자산군이 하락하더라도 다른 자산군의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이론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52년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마코위츠는 <포트폴리오 선택 Portofolio Selection>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 논문은 채권과 주식의 개별 종목을 선택하는 방법이 아니라 다양한 자산군의 포트폴리오를 선택하는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이 논문은 현대적인 금융투자 이론의 시작점이 된다.(해리 마코위츠는 그 공을 인정받아 1990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 논문에서 해리 마코위츠는 ‘효율적 투자선’ 이론에 대해서 설명한다. 거창한 투자이론 같지만, 기본 컨셉은 우리가 매일 하는 일이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살 때 가성비를 따지게 된다.
‘효율적 투자선’은 결국 투자를 할 때, 금융상품을 살 때 볼 수 있는 일종의 ‘가성비’라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격 대비 성능’에서 ‘성능’은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이다. 반면, 가격은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에 있어서 ‘가격 대비 성능’은 뭘까?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기대수익률이고, 그 반대급부로 지불해야 하는 것은 바로 손실가능성이라는 리스크다. 그리고 그 리스크는 바로 변동성에서 비롯되며, 그 자산군의 등락폭 즉 표준편차를 통해 추정할 수 있다.
‘효율적 투자선’은 결국 ‘가격대비성능’이 좋은 즉 ‘리스크 대비 기대수익률이 높은’ 자산 포트폴리오의 집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어폰 하나를 산다고 생각해보자. 똑 같은 1만원이라도 그 가격대에서 좋은 상품이 있고 나쁜 상품이 있다. 5만원대, 10만원대도 마찬가지다. 효율적 투자선은 결국 각 가격대(리스크)에서 가장 성능(기대수익률)이 좋은 상품들만 모아 놓은 라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Figure 1저렇게 그어둔 빨간 줄이 효율적인 투자선이다.
저기에 있는 하나하나의 점들은 여러 자산군들의 조합했을 때 의 기대수익률과 표준편차를 기반으로 한 리스크 수치를 반영한 것이다. 흔히 얘기하는 멀티에셋 포트폴리오(Multi-Asset Portfolio : 다양한 자산군으로 만든 포트폴리오)의 수익률과 리스크(표준편차)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자산별 수익률
자산별 표준편차 (변동성)
자산 간의 상관관계
자산 배분의 장점은 바로 자산 간의 상관관계를 활용하는 데서 나온다. 개별 자산을 보유했을 때 우리는 가격에 따라 고스란히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한마디로 시장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상관관계가 다른 자산들을 함께 보유하면, 이 리스크가 자연스레 서로 완화가 되다. 그렇다. 상관관계가 다른 자산군들로 잘 짜여진 포트폴리오는 한 마디로 일종의 할인쿠폰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핑과 투자의 가장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쇼핑에서는 하다 못해 바가지를 쓰더라도 내가 비용을 지불했으면 100%의 확률로 성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투자에서는 그렇지 않다. 내가 지불하는 비용(리스크)도 일정한 확률만큼 부담하는 것이기에 내가 원하는 성능(수익)도 일정한 확률만큼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상관관계를 고려한 자산 배분이 더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물론, 이런 이론을 안다고 해서 일반인이 투자에 접목하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 해리 마코위츠가 저런 논문을 내고 나서 이 이론이 실제로 금융업계에서 실제로 활용하는 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왜? 계산이 너무 복잡해서 컴퓨터의 연산능력이 발달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그러니 일단은 개념 정도만 파악해두자. 포트폴리오를 짤 때는 상관관계가 다른 자산군들을 꼭 반영해야 한다는 사실을!
[표준편차란?]
자, 이해한다. 표준편차 같은 단어가 나오는 순간 이 책이 읽기 싫어진다는 걸. 아래에 저런 표가 나오는 순간 책장을 덮고 싶어 진다는 걸.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이 부분은 중요하니까 그래도 한번 슬쩍 훑어라도 보자.
저 표에서 m은 어떤 자산군의 평균수익률이다. 그러니까 주식이라고 치고 우리의 기대수익률 10%라고 해보자. 이제 a를 보자. a는 표준편차의 단위다. m-a와 m+a의 사이의 값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확률이 68.3%라는 뜻이다.
가상 예시
예를 들면 국내주식의 지난 50년의 기록을 살펴봤더니 연간 기대수익률은 +20%인데, 표준편차가 40%였다고 해보자. 이것은 내년도의 수익률이 (20+40)%~(20-40%)의 구간 내에 있을 확률이 68.3%라는 뜻이다. 그리고 1000년에 3년 정도는 100% 손실이 나거나 100% 수익이 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리스크는 이렇게 하나의 값이 아니라 일종의 확률분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투자에 있어서 확률적인 사고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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