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LazyFin

살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이탐투자상품 탐험가2026.10.31

지금까지는 경제에서 수요 측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제부터는 공급 측면, 그 중에서도 자산 시장을 구성하는 기초자산과 금융상품들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아무래도 이 책의 주제는 ‘투자’에 한정된 것이니까요.

그전에 매번 접하게 되는 금융이라는 단어를 새삼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금융 (金融) : 금전을 융통하는 일

그 뜻대로라면 금융은 돈이 흐르게 만드는 일입니다. 세상 모든 것에는 수요와 공급이 있고, ‘돈’ 또한 그 자체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됩니다. 누군가는 돈이 필요하고, 또 누군가는 그것을 빌려주는 대가로 어떤 이익을 취하고 싶게 마련이다. 금융은, 다름 아닌 '돈'의 그 수요와 공급이 서로 맞아떨어지게 돕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돈'을 필요로 하는 이와 '돈'을 공급하려는 이들은 각각 제각각의 니즈가 있기 마련입니다. 누군가는 조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더 많은 대가(이자나 수익)를 받고 싶어하고, 또 누군가는 그냥 원금을 최대한 지키는 선에서 소소한 수익에 만족하기도 합니다. 빌리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자기 회사의 지분을 대가로 돈을 모으고 싶고, 누군가는 그냥 단기간만 돈이 필요하기도 하죠. 세상의 수많은 금융상품들은 주식, 채권, 부동산과 같은 자산들을 현물, 선물, 옵션, 스왑 등등의 다양한 거래방식을 통해서, 저런 각각의 니즈에 맞게 수익성과 리스크를 다변화하고, 시장에서 유통가능 하게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산 구매와 금융상품 투자도 결국은 쇼핑

주식이나 채권을 사고 펀드나 ELS에 투자를 하는 일을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합니다. 이런 행위들도 결국은 나의 비용을 들이는 것이니 무언가를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금융’상품’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죠.

옷을 사고 자동차를 사는 것과 다른 점은, 이런 자산이나 금융 상품은 실체가 없고 따라서 당장의 사용가치가 없다는 점입니다. 대신 우리는 일종의 ‘가능성’을 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일종의 럭키 박스 같은 것이지요. 그 안에 어떤 ‘수익’의 가능성(그리고 동시에 손실의 가능성)을 함께 담고 있는 럭키 박스. 다만 그 수익과 손실의 가능성이 자산이나 금융 상품의 속성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가상 예시

예를 들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연이율 3% 정기예금 = 지금 1만원을 내면 1년 후에 100% 확률로 1만3백원을 주는 상품

배당금 3%인 5만원짜리 주식 = 1년에 배당금 1500원을 받을 수 있지만, 원금 5만원이 얼마나 올랐을지 내렸을지 모르는 상품.

표면 이율 12%짜리 하이일드 채권 = 1년 후에 12%의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회사가 부도가 나면 원금도 못 찾을 수 있는 상품.

연이율 4%짜리 고정금리 대출 = 400원을 내고 1만원을 1년동안 사용할 수 있는 상품

100개의 럭키 박스 중에 97개에는 100만원 + 6만원이 들어 있고, 나머지 3개의 박스는 텅 비어 있다고 생각해보죠. 100만원을 내면 이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 ELS 상품에 100만원을 투자하는 건 저런 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자산, 투자, 수익 등등의 단어들에 현혹될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들 또한 일종의 ‘상품’ 일 뿐입니다. 일반적인 상품처럼 그 쓰임이 내가 원하는 바와 적합한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수익률’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만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트북 하나를 사더라도 무슨 브랜드가 있고 CPU와 RAM을 따지고 SSD는 몇GB를 할 지 그렇게 사양을 따지는데 이상하게 금융 상품을 살 때는 그게 잘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모르는가?

티셔츠 하나를 사도 브랜드를 검색하고, 포털에서 가격 비교를 하고 구매 후기를 꼼꼼히 살펴보게 됩니다. 왠지 최저가로 못 산 사실을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하죠. 그런데 정작 더 큰 돈을 들여서 투자하는 것들에 대해서 우리는 종종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겨울이 다가와서 아우터를 하나 사야한다고 생각해보죠. 코트, 숏패딩, 롱패딩 등이 떠오르고 그 와중에도 충전재가 구스다운인지, 덕다운인지, 폴리에스테르인지 등등을 따지게 됩니다. 그런데 투자를 할 때는 자신이 살 수 있는 자산과 상품이 무엇이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한겨울이 다가오는데 시장 상인이 요즘 제일 유행하는 상품이라며 얇은 바람막이 하나를 추천합니다. 롱패딩 같은 상품이 분명 어딘가에 있는데, 그걸 모르니 이걸 사서 입고는 이게 제일 따뜻한 옷인지 알고 입다가 감기에 걸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렇다고 상인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닙니다. 일상의 사계절과 달리 회복기=>호황기=>후퇴기=>침체기로 이어지는 경기의 사계절(싸이클)은 눈에 딱 보이는 게 아니니, 그들은 또 1/3/6개월 단위의 과거 수익률을 기반으로 추천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름에 입기 좋은 옷이, 많이 팔렸던 옷이 겨울에도 좋은 옷이라고 하기는 힘듭니다. 예를 들면 하이일드 채권펀드(투자부적격등급의 채권을 운용하는 펀드)의 경우 전년에 마이너스였던 상품은 다음 해에 플러스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 단기 수익률만 놓고서 소비자에게 펀드를 제안하게 되면 이런 기회는 눈치 챌 수가 없습니다.

스타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개인의 성향이 다르고 취향이 다른데 투자에서는 종종 다들 같은 옷을 입습니다. 개개인의 자금 사정이 다르고 목적이 다르고,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성향이 다른데, 사는 상품은 보면 거기서 거기이고 추천을 해주는 상품들도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중국이 뜬다 하면 중국펀드에 돈이 몰리고, 베트남이 뜬다 하면 또 거기로 몰립니다. 그런데 무슨 두더쥐 잡기 게임을 하는 것마냥 내가 살 때가, 그리고 그런 뉴스가 나올 때가 항상 고점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 번째 : 내 돈 주고 ‘살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 (자산의 선택 범위)

시장에 무슨 상품이 있는지를 잘 모르니 그냥 누가 추천하는 대로, ‘이게 요새 수익률이 좋다’고 하면 다들 몰려듭니다. 다양한 자산의 종류를 알아 두는 것은 그 자체로 내가 구사할 수 있는 투자의 방식과 스타일의 여지를 넓히는 계기가 됩니다. 보통 직장에 취직을 하고 월급을 받으면 그때부터 재테크를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예적금에 가입하고, 보험 몇 개 들고. 그러다 또 뭐가 없나 살펴보다 주식이 눈에 뜁니다. 리스크오 기대수익률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예적금이라는 보수적 투자에서 주식 중에서도 이머징 시장으로 분류되어 변동성이 큰 한국 주식으로 갑자기 훅 넘어가버립니다. 그 중간 범위에 어떤 선택지들이 있는지 안다면, 차근차근 단계라도 밟아 나갈 수 있을텐데 그런 기회를 놓쳐버립니다. 마치 이제까지 겨우 아장아장 걷다가 아무런 연습없이 100m 달리기 대회에 출전하는 모양새가 됩니다.

두 번째 : 내 돈 주고 사는 건데 ‘뭘 사는지’ 잘 모르겠다. (자산의 속성)

막상 자산과 금융상품들을 공부하다 보면 머리가 아픕니다. 펀드만 해도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가치주형, 성장주형, 이머징, 선진국, 리츠, 원자재, 인컴형, 멀티에셋 등등 뭔가 엄청 많습니다. 최근에는 ‘사모재간접 공모형 펀드’ 같이 이 무슨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인가 싶은 상품명조차 있습니다.

지레 질려서 지금 내 포트폴리오에서 추가로 필요한 건지 아닌지도 모르고서 수익률만 보고 구매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주식형 펀드만 한 10개 사놓고 분산투자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기도 합니다.

자산의 선택 범위를 파악하다 보면 그 자산들의 속성도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어떤 자산군은 경기가 나쁠 때 오르고, 대충 이 자산군은 기대수익률과 변동성은 어떻게 되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런 속성과 상관관계를 알아야 내가 원하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자산을 바라보는 큰 틀거리를 잡아볼까 합니다. 우리가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자산과 금융상품들, 그리고 그것들이 어떠한 과정으로 만들어지는지를 살펴볼까 합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용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수치와 제도는 작성 시점 기준이고,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이용약관

이탐투자상품 탐험가

ETF·공모펀드·IMA의 투자 구조와 위험, 비용을 비교하고 상품마다 다른 조건을 짚어봐요.

팔로워 1명이 필자의 글 모두 보기